파리의 중심에서 600여 년 숨결을 간직한 종묘제례악이 해외 공연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울려 퍼졌다.
20일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에 따르면, 이 기관은 18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파리 국립샤이오극장내 장 빌라르 극장(1250석 규모)에서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상호교류의 해'의 공식 개막작으로 '종묘제례악'을 선보였다.
한국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외교부 장관, 플뢰르 펠르렝 문화부 장관 및 양국 귀빈을 비롯해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특히 19일 공연은 국립샤이오극장의 2015-2016 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이 극장의 개막작은 공연 예술적 가치를 엄격히 검증받은 작품만이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라며 "한국의 전통 문화 예술이 국제 공연 무대에서 당당히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고 인정받은 쾌거다. 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자랑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 내 발레, 오페라, 연극, 콘서트 등 공연 예술 전문 영상 제작업체인 벨에르미디어(Bel Air Media)와 함께 종묘제례악의 영상물을 제작해 연내 유럽지역 내 방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을 포함해 총 120명이 참여했다. 종묘제례악의 음악과 춤(일무·佾舞) 전체를 선보였고 제례 과정의 일부는 춤 동작으로 형상화했다.
그동안 종묘제례악은 2000년과 2007년 각각 일본과 유럽지역(독일·이탈리아)에서 간이 공연 형태로는 선보인바 있었으나 현지 무대에 맞게 공연 예술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라스어로 된 해설 책자와 공연 자막 등을 통해 음악과 춤, 제례의 의미를 전달했다. 종묘제례악 본래의 공간인 '종묘'의 4계절을 담은 영상도 공연 도입부에 선보였다.
국립국악원은 파리 종묘제례악 공연을 마친 뒤 베를린과 마드리드, 런던, 부다페스트 등 4개국 4개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의 전통 춤과 음악을 전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26일에는 파리 악기박물관에서 산조 가야금, 해금, 산조대금, 피리, 장구 등 총 5종의 전통 악기 기증과 전시 및 기념 공연을 진행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 명인이 제공한 이 악기들은 파리 악기박물관 아시아음악관에 6개월 여 동안 전시될 예정이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자주 문화를 꿈꾸며 탄생시킨 '종묘제례악'을 세계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알리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올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우리 전통 음악의 고귀한 가치가 전 세계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