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복쟁이' 이영희의 40년 미학 한자리…'이영희展-바람, 바램'

'저고리없는 한복치마'로 일약 스타덤... 23일부터 DDP서 '바람의 옷' 입체 전시

“한복이 우리 생활 속에 배어 들게 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장식부터 과감히 없애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저고리의 고름을 떼어버렸다.”

전업주부로 살다 나이 마흔에 인생 2막을 열었던 '한복쟁이' 이영희씨(79)의 한복 디자인 4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이영희展 - 바람, 바램'을 주제로 오는 23일부터 서울 동대문 DDP 알림 2관에서 펼친다.

이영희의 한복은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 '바람의 옷'으로 유명하다. 왜일까.

1976년 한복을 짓기 시작한 후 40년 간 수 많은 옷을 디자인했지만 지금까지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는 이영희의 옷은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 즉 ‘바람의 옷’이다. 

한복쟁이로서 이영희가 한복의 실용화를 위해 과감히 저고리의 고름을 떼어버렸다면, 세계적 디자이너로서 이영희는 아예 저고리를 생략한 파격적인 한복을 선보였다.

1994년 파리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는 ‘가장 모던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옷이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하게 보여주는 옷’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르몽드' 수석 기자 로랑스 베나임(현 Stiletto 잡지 대표)은 이 옷을 일컬어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 데 모은 옷’이라 평하면서 ‘바람의 옷’이라 명명했다.

다양한 형태와 볼륨을 지닌 옷으로 변화하지만 언제든 간단한 평면으로 회귀할 수 있는 한복 치마, 바람의 옷. 디자이너 이영희 관점에서는 전통을 버린 파격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한복이 지닌 고유한 미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을 버리고 전통을 얻는다. 한없이 변화할 수 있지만 언제든 가장 간단한 평면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옷. 이런 생명력이 있어서 나는 바람의 옷을 사랑한다.” (이영희)

이번 전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지난 40년 간 이영희가 추구해 온 '패션으로서의 한복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선보인다. 디자이너 이영희를 단순히 저고리 없는 한복 이미지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오해를 풀고, 한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세계적인 패션으로 거듭나는 한복의 진화 과정을 짚어보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전시장 자체를 한복과 같은 평면 구조로 구성해 마치 실제 한복 속에 들어간 듯하게 입체적으로 꾸민다.

이영희 디자인의 정점이자 터닝 포인트가 된 마스터피스 20점을 선별해 실제 해당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이 담긴 영상과 함께 미러 박스에 설치돼 한복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동시에 아티스트와 콜래보레이션한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박제성 작가는 이영희의 대표작인 ‘바람의 옷’이 지닌 특징을 형상화하고, 사진 작가 김중만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이영희 디자이너가 특별 제작한 ‘바람의 옷 남자 버전’을 입은 유니버셜 발레단 남자 무용수를 촬영한 화보와 영상을 공개한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편적인 패션으로 전환해 온 이영희 디자이너는 "발전적인 미래란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복 디자인에 있어서 전통 한복의 소재, 형태, 염색 기법에 대한 연구를 우선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복의 전통을 계승한 이영희 컬렉션과 자신이 직접 모은 전통 유물을 공개한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한산모시'가 이영희 전통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한산모시'만의 빛깔과 텍스쳐 등의 특색을 살린 전통 한복과 오뜨꾸뛰르 드레스 디자인 작품이 아트 인스톨레이션을 통해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디자인의 영감으로서 자신이 수집해 온 조각보와 비녀, 족두리, 버선, 꽃신 등도 만나볼 수 있다. 2004년 뉴욕 맨하탄에 설립한 ‘이영희 한국박물관(Lee Young Hee Korea Museum)’에서 선보인 바 있던 유물로서, 국내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이 가운데 조각보는 이영희 디자이너에게 색과 패턴 등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으로서, 특히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색동 저고리들을 한 데 모아 전시할 예정이다.

이영희 한복이 추구한 40년의 미학은 무엇일까.

“과거를 모르면 현재가 없고, 조상의 문화를 버리면 현재의 문화도 없다. 전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전통을 알면 내가 즐거워진다. 나는 '아름다움'이 지닌 보편성과 공감성의 힘을 믿는다. 한국여인에게 아름다운 옷은 세상 모든 여인들에게도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 미학이 계속 새로운 손길로 재 탄생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영희)

전시기간 바람의 옷(남여 버전)을 입고 펼치는 퍼포먼스, 이영희 디자이너의 한복 강연, 한복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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