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와 한국의 굵직한 뮤지컬 투자 배급사, 중국의 문화 및 공연예술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중국에서 뭉쳤다.
드라마 '아이리스2' 등으로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정준호(45), 3년여 전부터 꾸준히 중국 진출을 시도해온 김종중(47) 뮤지컬서비스 대표, 중국의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 한지에(32) 사장이 주인공이다.
특히 이들 세 명은 코믹 연극 '라이어' 시리즈 3탄 '튀어!'의 중국어 라이선스 판인 '콰이파오'(快炮)를 현지에 알리는데 힘쓴다.
앞서 뮤지컬서비스는 지난 4일 중국 절강성 항저우 시 목마극장에서 '라이어' 시리즈 1탄의 중국어 라이선스 버전인 '피앤즈'(篇子)를 개막해 현지에 '라이어' 바람몰이에 나섰다.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는 '피앤즈'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콰이파오' 공동 제작에 대한 양해각서를 11일 현지에서 뮤지컬서비스와 맺었다.
정준호·김 대표·한 사장을 만난 11일 목마극장(약 280석)에는 관객들이 가득 찼다.
18년 전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한 '라이어'는 시리즈 3탄까지 내며 대학로 최고 흥행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레이 쿠니의 작품이다. 쿠니에게 중국어 공연의 허락을 받은 뮤지컬서비스는 중국 라이선스 배급권을 맡았다. 지금까지 450만명이 관람한 한국의 파파프로덕션 버전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다.
뮤지컬 '광화문연가2' '쌍화별곡' 등의 중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연출가 겸 프로듀서인 스펠뮤지컬컴퍼니 임영조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두 부인을 두고 정확한 스케줄에 맞춰 바쁘게 이중 생활을 하는 택시 운전사 '도민준'의 이야기다. 그의 완벽한 일상(?)은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며 엇갈리기 시작한다. 두 아내에게 자신의 생활을 들킬 위험에 처하자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는다.
김 대표는 '라이어'를 중국에 가져온 이유에 대해 "한국의 좋은 공연을 중국에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18년 전에는 무겁고 철학적인 분위기의 연극이 주류를 이뤘어요. '라이어'가 당시 대중적인 연극의 포문을 연 작품 중 하나였죠. 대학로 연극의 흐름을 바꿔놓은 거죠. 중국의 지금 연극 분위기도 철학적이고 무겁고 정치적이죠. 중국 대중이 영화 보듯 연극을 대중적으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중국어로 중국배우가 공연하는 만큼 한국공연의 익살과 쾌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에 "중국 스태프와 함께 고민하며 번역과 각색을 해서 한국과 다른, 중국적인 정서와 코믹함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 한 젠어우 회장의 외동딸인 한 사장은 영국 유학파로 웨스트엔드 등에서 수많은 작품을 접했다. 평소 한국 공연에도 호감을 품어왔다는 그녀는 "중국에도 좋은 작품이 많지만 한국의 특색 있는 작품이 왔을 때 새로운 공연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봤다.
"'라이어'는 영국에서도 봤어요. 재미있는 작품이죠. 한달 전 한국에서도 봤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흥미진진했죠. '라이어'의 극장 수를 점차 늘리고 완벽한 현지화를 해서 더 많은 대중을 만났으면 해요."
1999년 영화 '아나키스트' 촬영 당시 항저우를 처음 방문한 인연을 소개한 정준호도 한국에서 '라이어'를 재미있게 봤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내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죠. 코믹 요소가 강하지만 그 안에 가정과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중국 '라이어' 홍보대사로 나선 이유에 대해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받은 사랑을 문화 활동을 통해서 돌려드리고 싶다"며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연극이나 뮤지컬이 해외에서 공연을 하게 될 때 이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라이어' 같은 연극이 배우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기의 기초를 연극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라이어'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 한국의 공연문화를 적극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항저우를 비롯해 상하이, 장수성 창저우, 산둥성 지난 등지에 16개의 체인식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와 손잡은 이유다.
그는 "3년 전부터 중국 여러 도시에 뮤지컬과 연극을 소개하고 여러 파트너를 만들었는데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는 극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콘텐츠를 소개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한 사장도 "중국배우가 중국어로 공연하는 한국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녀는 "공연 극장을 영화관처럼 발전시키고 싶다"며 "한국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우수한 작품을 가지고 오고 싶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라이어'가 한중 문화 교류의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정준호는 "'라이어'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히트한 연극이라 중국에서도 큰 공감대를 살 것 같다"며 "중국 문화와 잘 접목하는 좋은 작품이 나와 앞으로도 한중 문화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앤즈'에 이어 '콰이파오'는 중국 상하이 900석 규모인 양포시극원에서 오는 12월1일부터 2016년 1월31일까지 약 2개월간 관객을 맞는다. 이후 '라이어'의 상설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뮤지컬서비스는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 한국의 ㈜레드로버(대표 하회진)와 함께 한·중 합작 3D 어린이 뮤지컬 공동제작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 체결식도 가졌다. 또 한·중 합작 공연예술아카데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향후 중국 전국에서 운영될 '중국 문화예술연예아카데미'(가칭)는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원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