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작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열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인식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일본 측의 제안으로 전격 성사됐으며,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차관이 방한, 정상회담 물밑조율 등 양국관계 복원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일본 언론이 제기한 한·일, 혹은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군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사이키 아키타카 사무차관을 만났다.
조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하에 역사 수정주의적 언행을 자제하고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미결 현안 해결에 대해 성의 있게 대응함으로써 한일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키 차관은 이에 대해 “한일 양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나도)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이키 차관은 특히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 “관방장관을 비롯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것은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며 고노담화나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기존의 계승입장을 재확인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사이키 차관은 ‘이달 말 네덜란드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중재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간 최대 과거사 현안으로 부상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자리가 협상을 한다거나 구체적 결론을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입장을 교환하고 확인하는 자리”라며 “차관급이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고 평가했다.
사이키 차관은 당초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으나, 이날 조태용 차관과 만찬을 취소하고 김포발 하네다행 항공기로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