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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규제 철회" VS 日 "과거사 해결"…文방일 조건 '줄다리기'

정상회담 의제 물밑 협상 진통…靑 "의제 논의 진척 없어"
日, 수출규제 자진 철회 조건…단계적 한일관계 정상화 모색
의제 물밑 협상 외면하는 日…정상회담 시각 등 형식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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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일 양국 간 막판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일에 초점을 둔 일본은 정상회담 시간 등 형식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

물밑 협상에서 좀처럼 접점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 자국 언론을 활용해 유리한 여론 형성에 나서자 우리 외교 당국이 공개 항의하는 등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 측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었는데, 지난 주부터 현재까지 일본은 아무런 답변을 주고 있지 않다"며 "정상회담 의제 부분과 관련한 논의에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참석과 정상회담을 한일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위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더해지며 얽히고설킨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정상회담 한 차례를 통해 양국 간 모든 현안을 한 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가장 시급한 현안부터 최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외교 당국간 물밑 채널을 통해 가장 최근 발생한 수출규제 문제부터 역순으로 풀어나가는 단계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 조치를 스스로 해제하는 것을 한일관계 정상화의 '입구'로 놓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의 분리 문제를 단계적이며, 포괄적으로 논의해 가자는 것이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에서 "일본과 관계에 있어 과거사는 과거사 대로 해결하되, 실질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 역시 그간의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날 외교부 당국자가 "우리 정부는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과 과거사 문제 관련 한일 외교당국 간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왔다"고 언급한 것도 일본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소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해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일 정상회담 성과로 수출규제 해제 정도는 담보가 돼야 정상회담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스가 총리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향후 물밑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소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다.

스가 내각이 한일 정상회담을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보다는 도쿄올림픽 흥행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다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본질에 해당하는 정상회담 의제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정상회담 시간이라는 부가적인 면을 부각하는 등 형식 논리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총리관저 소식통을 인용한 전날 보도에서 스가 총리가 각국 중요 인물과 만나야 한다는 점을 들면서 "(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고 소개했다.

형평성 차원에서 도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 참석하는 타국가 정상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문 대통령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일 이뤄진 문 대통령과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오후 3시16분부터 10분 간 진행 됐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자국 언론을 통해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스가 정부의 의도가 담긴 보도가 잇따르자 공개 경고에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즌 전날 "이런 상황에서는 한일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한일 정상회담 협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반응은 2년 전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와 그에 따른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와 번복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아베 내각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 내용을 한일 양국이 동시에 발표키로 사전 합의를 어기고 일본 언론에 먼저 공개하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진 바 있다.

최근에는 영국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약식회담을 하기로 한 사전 잠정 합의 내용을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자국 언론을 통해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 보도하면서 공개 충돌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듯한 인상이 있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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