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산상봉자 부상 속출…의료진들 긴장

금강산공동취재단·박대로 기자 =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재회 이틀째인 21일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 의료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남측 최정호(90)씨는 이날 오후 4시께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을 앞두고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정호씨가 속이 울렁거림을 호소하자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단체상봉장으로 갈 것을 권했다.

정호씨는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1층에서 의료진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다.

상봉장에서 기다리던 정호씨의 북측 여동생인 최찬호(75)씨는 언니가 나타나지 않자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찬호씨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눈시울까지 붉혔다. 

30분간 기다린 끝에 찬호씨는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의 인도 하에 정호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1층으로 직접 찾아갔고 이들은 객실 303호로 이동, 단체상봉이 아닌 개별상봉을 했다.

이후에도 정호씨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우리측은 정호씨의 긴급귀환을 결정했다. 정호씨는 오후 9시3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도 속초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 밖에 남측 조숙희(83)씨와 함께 온 동반가족 남성은 단체상봉을 앞두고 침대에서 떨어져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이에 북측 김진식(74)씨는 "도장을 찍었다. 그나마 그 정도라 다행이다. 오래 살 징조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김혜식(72)씨 역시 "금강산 왔다고 도장하나 찍고 가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처럼 부상자가 속출하자 의료진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의료진 유효상씨는 "현재로선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행사가 끝나고 귀가했을 때 상봉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민씨도 "행사가 종료되는 내일이 고비"라며 "이산가족들이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 혈압상승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 상봉자 중에도 너무 울어서 눈 주위에 연고를 발라야할 인원이 있었지만 남북이 자기쪽 상봉자를 상대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한 탓에 우리측 의료진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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