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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취약성,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계·기업부채, 역대 최고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집값 거품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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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주체들의 빚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 규모가  216.3%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최대 0.3%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균형 정도와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내외 충격에 대한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분기 58.9로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41.9)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0)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FVI는 한은이 가계 및 부채 증감율, 주택과 주가 등 자산가격 상승률 등 39개 세부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 것이다. 금융취약성지수가 상승하면 금융불균형 누증, 금융기관 복원력 약화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돼 대내외 충격 발생시 금융·경제에 초래될 부정적 영향의 크기가 확대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FVI는 외환위기인 1997년 2분기 100을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해오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분기 73.6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 취약성은 향후 금융불균형 누증 속도와 경제성장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앞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 크다"며 "자산가격 상승 속도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근접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수가 상승한다고 바로 위기로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한은이 금융불균형이 향후 3년간 심화되고 성장률이 연간 -2.2% 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가계의 신용손실이 5조4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 기업의 신용손실이 8조7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가계·기업 신용손실은 37조1000억원으로 늘고, 시장손실도 76조원으로 47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부도율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대출 부도율은 충격 전 0.83%에서 1.18%로 0.35%포인트 상승하고, 기업대출 부도율도 1.48%에서 2.36%로 0.8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빚을 갚지 못해 나타날 손실이 커진다는 뜻이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상당 기간 지속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누증될 경우 대내외 충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불균형 누증 심화가 금융안정 및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 금융불균형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정책대응을 적기에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1분기 경제 주체들의 빚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가 전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16.3%로 전년 같은기간 보다 15.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 200.4%로 처음으로 200%를 돌파한 후 200% 수준을 줄곧 유지해 왔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7%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1.6%로 1년 전보다 6.8%포인트 올랐다.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1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 3167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었다. 이는 2017년 3분기(9.5%) 이후 3년 6개월래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8.5% 증가한 가운데 기타신용 대출도 10.5% 늘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 열풍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주식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동반 급증했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1.5%로 전년 동기 대비 11.4%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빚만 빠르게 쌓인 결과다. 반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4.7%로 2.9%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상승 등의 영향이다.

기업부채는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 늘어났다. 기업부채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가계부채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금 수요와 정부·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이른바 '좀비기업'도 기업 수 기준으로 39.7%로 전년(35.1%)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좀비기업' 비중은 2016년 29.4%, 2017년 30.6%, 2018년 33.7%, 2019년 35.1%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8.8%)보다 중소기업(50.9%)에 집중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좀비기업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사상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와 정부의 대출 원리금·이자 상환을 유예 등 금융지원 영향도 컸다.
 
좀비기업은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되지 못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좀비기업의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부도로 전환되는 비율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1년차 좀비기업은 37.6% 정상기업으로 회복하는 반면, 8년차는 이 비율이 4.1%에 불과했다. 부도로 전환되는 비율도 1년차 좀비기업은 4.1%에 불과한 반면 7년차는 13.6%에 달했다.
 
한은은  취약상태가 4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존속 좀비기업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단기 유동성과 장기 지급능력이 모두 악화되면서 자산 및 자기자본이 동시에 감소하는 등 기업활동이 점차 위축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박 부총재보는 "지속 가능성이 낮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판별해 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 지원까지 막으면 존속 가능성 있는 기업까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은 선별 지원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자원의 효율 배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그동안 이례적으로 시행했던 완화적인 정책은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부문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최대 0.3%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 수 비중은 6.4%, 보유부채 비중은 5.3%를 기록했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자를 말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고(高)DSR' 차주 수 비중은 2019년 이후 소폭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13.5%를 기록했다. 이들이 진 부채비중은 39.7% 수준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상승기(2016년 4분기 말~2019년 1분기)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2.0%포인트 올랐다. 반면 고DSR의 연체율은 0.3%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한은은 또 지난해 원금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에 대한 지원책이 없었을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 수준보다 0.3~0.6%포인트 정도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이 연체율을 추정한 결과 연체율은 최대 1.6%로 올라갈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각종 지원 조치가 가계대출 연체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며 "지원 조치가 없었을 경우를 상정해 추정한 2020년 중 연체율은 현재 수준보다 0.3∼0.6%p 정도 높아지고, 올해 중 연체율은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12.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급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주택가격은 장기추세와 소득대비 비율 등 주요 통계지표를 통해 평가할 경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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