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제조업, 건설업 등 주요 산업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5월 산업생산과 투자가 큰 폭으로 동반 감소했다. 소비도 전월 대비 보합에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표와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도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경기 위축 조짐이 뚜렷하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올해 1월 1.6% 감소했다가 2월(0.7%)과 3월(1.1%)에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4월(-0.8%)엔 3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는 전 산업 생산 감소는 우리 경제에 이어지고 있는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전산업 생산 마이너스에 크게 기여한 것이 건설업과 광공업"이라며 "내수가 산업생산 줄어드는 데 더 큰 비중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1차금속(1.5%)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의약품(-10.4%), 금속가공(-6.9%) 등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 대비 2.9%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1차금속, 석유정제 등에서 늘었지만 의약품, 금속가공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3.0% 감소했다. 이는 올해 1월 3.1% 감소한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전 산업 생산 2개월 연속 감소는 지난해 5~7월 3개월 감소한 후로 처음"이라며 "제조업 생산은 의약품, 금속가공 등에서 줄었는데 의약품은 일부 사업체에서 상대적으로 단가 낮은 상품들의 생산 비중을 늘린 영향이 일부 있었고 다른 사업체들에서 재고 조절 목적으로 생산을 감소한 것이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 수출은 증가했는데 신생부품 같은 경우 5월 제품에 대해선 관세가 부과되다보니 어느정도 관세 부과 영향을 받아서 수출 감소가 나타났다"며 "완성차는 미 현지에 신규공장이 3월부터 가동이 본격화됐고 그후에 완성차 관세나 신생부품 관세가 추가적으로 나타나서 분해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정도 관세 부과의 영향은 통계상으로는 나타나고 있는 거 같다"고 부연했다.
제조업 출하는 반도체, 컴퓨터 등에서 늘었으나 자동차, 금속가공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1.6%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 전기장비 등에서 줄었으나, 석유정제, 전자부품 등에서 늘어 전월대비 0.4%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7%로 전월대비 2.1%포인트(p)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2%), 의복 등 준내구재(0.7%)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화장품 등 비내구재(-0.7%)에서 판매가 줄었다.
다만 전년동월대비로는 승용차 등 내구재(4.1%)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화장품 등 비내구재(-1.3%),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2.4%)에서 판매가 줄어 0.2% 감소했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전년동월대비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6.5%)에서 판매가 증가했으나 면세점(-17.7%), 슈퍼마켓 및 잡화점(-2.9%) 등에서 판매가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모두 감소했다.
5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7%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 21.3%의 큰 증가율을 나타낸 뒤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가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23년 3~5월 3개월 연속 감소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0.1%)에서 투자가 늘었으나,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6.9%)에서 줄었다.
건설기성은 건축(-4.6%) 및 토목(-2.0%)에서 공사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3.9% 줄었다.
조성중 과장은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 2월 큰 폭 증가(21.3%)했던 영향으로 조정 흐름이 이어졌다"며 "건설기성도 과거 누적된 과잉투자가 조정되면서 감소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건설수주는 주택 등 건축(20.7%)에서 수주가 늘었으나 발전·통신 등 토목(-62.4%)에서 수주가 줄어 전년동월대비 5.5%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p 낮아졌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한달 전보다 0.1p 내렸다.
최창윤 과장은 "동행지수는 건설기성, 내수출하지수 같은 구성지표가 하락해 3개월 연속 증가하다 감소했다"며 "최근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국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감소로 전환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및 민생 안정을 위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 추진하고 미 관세 피해 대응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 과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내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전산업생산 등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전월에 이어 대체로 감소세를 지속했다"며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및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을 신속 추진하는 한편 대미(對美) 관세 협상 및 우리기업 피해 최소화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도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