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금융불균형 우려 커지는데…금리인상 빨라지나

물가상승 우려 5월 전망보다 더 커져
"기준금리 한 두번 올린다고 긴축 아냐" 발언 배경 주목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의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주식,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금융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급증은 민간소비를 축소시켜 금융안정 훼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도 지난 5월 전망보다 더 커졌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6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된 금리는 예금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크게 낮추고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누증은 장기적인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국내외 위기 사례 등에 비추어볼 때 금융불균형 누증 등 내부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 등이 발생할 경우 경기 및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자산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가계부채 등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가 많이 확대됐다"며 "이런 배경에는 기저에 저금리 등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 이에 따른 위험추구 성향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한국은행의 발언 강도도 더 높아졌다. 박 부총재보는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인데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며 "낮은 기준금리를 나중에 경기 상황이나 금융안정, 물가 상황을 봐서 물가 한 두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이라고 보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해 온 한은이 여러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한 뒤 지난달까지 8차례 연속 동결해왔다.

두 달 연속 2%대 상승한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6%로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했다. 이는 2012년 3월(2.7%) 이후 9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가 이어진 것도 지난 2018년 11월(2%)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한은은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시차를 두고 완만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가계저축 증가, 백신접종 가속화 등으로 경제활동 제약이 완화되면서 펜트업 소비(이연소비)가 분출될 경우 수요측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잠재한다"고 우려했다.

올해 하반기 물가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향후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는 둔화되겠으나 국제유가가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수요측 물가압력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내다 하반기 중에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며 지난해에 비해 오름세가 상당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의 물가 상승을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던 것에 비해 물가 상승 우려가 한층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박 부총재보도 "물가 전망이 5월 말 전망에서 크게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초 전망보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 측면에서 볼때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농축산물과 원자재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관련, 실물경제를 긴축시키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장기금리 상승은 기본적으로 금융긴축 요인이지만 경기가 동반해 상승하는 경우에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실질 장기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도 지속되면서 소비·투자 등을 증대시킨다"며 "이 때문에 장기금리 상승의 실물경제 긴축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고채 10년물은 지난해 7월 말 1.28%에서 장기간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 2일 2.20%로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고채 매입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사한 한은이 기조와는 상반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준금리와 국채 매입은 운용 취지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운용과 국채 단순 매입은 운용 취지에 다소 차이가 있다"며 "기준금리 운용은 전반적인 통화 정책의 기조를 의미하는 것이고, 국채 단순매입은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 2월 올 상반기 중 5조~7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과 4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4조5000억원 규모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국고채 금리 등이 급등락할 때 단기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시장안정 조치이고 국고채 단순매입은 이러한 차원에서 하는 것이"이라며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 금리 급변동하는 등 필요에 따라서 앞으로도 할 수 있다. 대외 요인이나 수급 요인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운용과는 다른 차원에서 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은이 시장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금융시장의 불안정도 있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계속 유동성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한은도 유동성을 회수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한 두 차례 올린다고 긴축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기준금리를 상당히 많이 낮췄기 때문에 여러 차례 올린다고 그 이전 상황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라며 "한은이 시장에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뜻을 미리 시그널을 주고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데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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