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e커머스 판 바뀐다…이베이 인수전 '폭풍전야'

오는 7일 본입찰 진행 e커머스 요동 칠 듯
롯데·신세계·SK텔레콤·MBK파트너스 참여
네이버·신세계 연합 전선 구축에 경쟁 가열
또 다른 동맹 가능성에 롯데도 기회 노려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e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이 오는 7일 진행된다.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쿠팡에 이어 국내 e커머스 3위 업체다. 오픈 마켓으로는 1위 업체다. 이베이코리아가 어디로 가든 국내 온라인 쇼핑 판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요동치는 e커머스

인수 후보는 네 군데로 압축돼 있다. 롯데쇼핑, 신세계, SK텔레콤, MBK파트너스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이고, SK텔레콤은 11번가를 운영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최대 주주다.

모두 명분은 충분하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SK텔레콤은 11번가에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옥션 등을 더해 압도적인 오픈 마켓 운영자가 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에겐 홈플러스의 불안 요소인 온라인 부문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덩치가 커 인수를 안 해도 상관 없다는 식으로 나올 후보는 없다"며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온라인 쇼핑 사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했다.

◇변수 네이버

변수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예비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본입찰 쇼트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던 네이버가 급부상한 건 지난달 말부터다. 업계에선 네이버와 신세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신세계가 최대 주주가 되고, 네이버가 2대 주주가 되는 방안이었다. 일단 두 회사는 모두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업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 증권 시장 상장으로 5조원 실탄을 장전한 쿠팡 등에 맞서 유통 시장 영향력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는 두 기업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힘을 합치는 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약점이 뚜렷해서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물류와 상품 구성 능력이, 신세계는 온라인 플랫폼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형 쇼핑 연합

네이버 등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거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업계 안팎에서 이베이코리아가 원하는 인수 금액인 5조원을 두고, 입찰 후보자 모두 '오버 페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당초 지난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본입찰도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네이버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네이버의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7조원, 이베이코리아는 20조원이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SSG닷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이었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힘을 합쳐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 약 55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쇼핑 연합이 탄생한다. 쿠팡(22조원)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원 중 3분의1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려면 아무리 적어도 3조원 가량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막대한 자금에 대한 부담을 두 회사가 나눠 갖게 되면 인수 작업이 훨씬 수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동맹

네이버-신세계 연합이 구축되면,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가 유사한 형태로 손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와 신세계 협업이 언급되기 전부터 유통·투자은행 업계에서 거론됐던 게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 동맹이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네이버-신세계 전선이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에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 동맹 역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자금 측면에서만 보면 네이버-신세계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는 11번가(지난해 거래액 10조원)와 이베이코리아가 결합해 초대형 오픈마켓을 만들고, MBK파트너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가세하면 이 역시 유통업계를 뒤흔들 만한 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톱 숨긴 롯데

롯데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해야 한다. 롯데 e커머스 부문은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신임 대표 체제로 새출발했다. 업계는 나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롯데쇼핑을 총괄하는 강희태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점포 효율화 작업 등으로 인수 자금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M&A 능력은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라며 "롯데 e커머스 부문이 부진을 거듭한 끝에 현재 벼랑에 서 있는 만큼 롯데가 큰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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