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가 오르는데…'한전 적자·전기요금 인상' 고민하는 정부

1분기 전기판매수익 전년比 267억 줄어
전력판매량은 2.5% 늘어…요금 할인 영향
증권가 "2분기 할인 폭 유지에 적자 불가피"
내달 중순께 3분기 연료비 조정액 발표 예정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국제유가 상승으로 한국전력 실적이 2분기부터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유가 등 연료비가 뛰면 요금도 함께 올라야 하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오히려 요금을 깎아버렸기 때문이다. 한전 실적이 정부 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18일 한전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한전이 전기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14조27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7억원 줄었다.

 

반대로 전력 판매량은 2.5% 증가했다. 계약종별로도 주택용(5.3%), 일반용(2.1%), 산업용(1.3%) 등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즉, 지난해 1분기보다 많은 전기를 팔았지만 들어온 돈은 줄어들었다. 연료비 연동제로 인해 ㎾h당 3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가격 변동에 따른 연료비 증감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가격 신호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 변경 당시 새로 도입된 바 있다.

또한 한전의 실적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현재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오고 있어서 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례없는 저유가를 기록한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겼지만, 유가가 상대적으로 비쌌던 2019년에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바 있다.

이처럼 외부 변수에 따라 '조 단위'로 움직이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도입 3개월 만에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당초 2분기 전기요금은 전분기보다 ㎾h당  2.8원이 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2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전기요금 할인 폭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연료비 조정액은 3개월마다 새로 산정되기 때문에 정부는 오는 6월 말에 또다시 전기요금 인상 또는 인하를 결정해야 한다.

당분간은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물가 상승 폭이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다소 이르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2017년 8월(2.5%) 이후 4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해야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2% 넘게 치솟는 물가를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 실적이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연동제는 실시된 지 1분기 만에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동시에 기대 가능한 이익 체력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라며 "당장 2분기부터 투입 연료비 및 전력시장가격(SMP) 상승 영향이 본격화돼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가파른 가운데 전기요금 전가가 실패하면서 상반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며 "6월 발표될 3분기 연료비 연동제 시행 여부에 따라 단기적인 주가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연료비 연동제와 관련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연료비 연동제는 아직 시행 초기"라며 "시장경제에 맞게 운용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현행 체계에서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정부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애초에 상한선을 씌워둬서 ㎾h당 3원까지만 인상·인하되기 때문에 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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