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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주무부처 어디?…금융위는 '묵묵부답'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주무부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겨냥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돼 주목된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첫 발의한 데 이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발의하거나 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들은 가상자산의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가상자산 관련 인가부터 거래 과정, 이용자 보호 의무까지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금융위에 맡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로 정의했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 중 가상자산거래업자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무인가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미등록 영업행위와 명의대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가상자산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해 별도 예치하거나, 가상자산이용자를 위한 보험계약 또는 피해보상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이해상충의 관리의무,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매매·중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도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준비 중인 '전자금융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금융위의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고, 금융위 산하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심사를 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별도로 예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전금법 자체가 금융위 소관 법률이라 개정안이 발의가 되면 자연스레 금융위 소관이 된다"며 "현재 일본도 암호화폐와 관련해 금융청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고 사실상 현 시점에서 금융위 말고는 할 수 있는 부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투자자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관련부처들도 모두 가상자산과 관련한 책임을 맡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암호화폐 문제를 다룰 주무부처 역할을 금융위가 맡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이에 금융위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보지 않고 있고, 국제기구도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즉 자금세탁방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범부처 공동대응체계 하에서 각 부처들이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책임감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열풍 당시에도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발의됐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암호화폐 열풍은 과거와 달리 2030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여권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야당 관계자는 "현재 여당이 관련 법안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다른 의원들도 현재 암호화폐 관련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들이 발의되면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도 정부 컨트롤타워 구축 또는 주무부처를 지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상자산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지난 2017년 이후 금융위 등 10개 부처가 협의체 형태로 공동참여하면서 국무조정실이 협의체를 주재하는 방식으로 현안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정부의 공식입장이 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용하는 부처 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의 정보 투명성확보, 거래피해 방지 및 구제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투기 열풍에 대한 금융위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하나, 2017년 이후 거래소 해킹과 시세조종 등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및 소관부처, 정책 방향, 과세방안,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가상자산의 거래는 자금세탁 방지, 개인정보보호, 과세,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제약 등 여러부처의 소관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규제보호·대상 및 그 내용을 명확히 시장에 제시하기 위해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가 아닌 부처 간 조율의 체계화를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의 구축 또는 주무부처의 지정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미국은 가상자산을 증권 또는 상품 등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증권의 정의를 충족할 경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 감독 규율을 적용하고, 교환의 매체로 기능할 땐 '은행비밀보호법'을 통해 법정화폐와 유사한 규제대상으로 취급한다.

일본은 지난 2019년 '금융상품거래법'과 '자금결제'의 개정을 통해 암호자산을 금융상품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암호자산교환업자 및 관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의무도 부과했다. 독일은 은행법에서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규정했고, 연방금융감독청의 지침을 통해 암호화폐 수탁업을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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