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등이 구속기소된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안통' 검사들과 진보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변호인단이 한치 양보 없는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비유된 이번 사건에서 양 측은 재판 내내 핵심증거인 제보자 진술과 이른바 'RO회합' 녹음파일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과 주장으로 법리공방의 끝을 보여줬다.
◇ 창과 방패, 드림팀 대결
지난해 8월28일, 3년에 걸친 국정원의 내사가 공개수사로 전환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통합진보당 측은 즉각 이 의원 등을 변호하기 위한 막강 변호인단을 꾸렸다.
국가권익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진보당 이정희 대표, 2002년 민혁당 사건 당시 이 의원을 변호했던 법무법인 정평의 심재환 변호사 등이 변론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과 법무법인에 속하지 않은 개인 변호사들도 대거 변론에 참여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각 분야별 전문성을 과시하며 철저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21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변호인단에 맞서 검찰도 대검찰청 소속 공안검사와 지방검찰청에 포진돼 있던 대공전문 검사들을 충원해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대응했다.
'공안통'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비롯해 일명 '흑금성' 사건 수사로 올해의 검사상을 받은 검사들까지 모두 9명이 직접 법정에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검찰은 수사의 적법성과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정원 수사관 수십 명을 법정에 불러 세웠고, 특히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제보자는 검찰 측 증인으로 사흘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나와 가림막 속에서 증언했다.
◇ 어떤 결론에도 '항소' 불보듯
검찰이 핵심증거인 제보자 진술과 녹음파일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한 반면 변호인단은 법 절차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피고인들의 행위가 법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끈질기게 파헤쳤다.
검찰은 제보자 진술과 녹음파일, 기타 압수된 증거물의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지난해 5월을 전쟁이 임박한 '결정적 시기'라고 판단하고 폭동을 모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 의원은 '5·12 녹음파일' 속에서 검찰 측 주장대로 '필승의 신념으로 정치·군사적, 물질·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소장의 적정성 여부, 증거의 적법성, 증인 채택과 신문 방식 등을 끊임 없이 물고 늘어졌다.
특히 RO라는 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모임의 성격이 정당 주최 정세강연회이자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를 찾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 속에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결심에서 이 의원에게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 나머지 6명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10~15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어떤 선고 결과가 나오든 검찰과 변호인단은 최종심의 판단을 받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다.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