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우성(34)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위조된 자료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문서가 공개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4일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유씨의 '(북한)출입경기록 조회결과' 등 문서는 중국 정부 확인 결과 모두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주한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 영사부는 전날 "한국 검찰이 제출한 서류는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사실조회 결과를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에 보냈다.
이어 "이는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중국 측에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위조 증거' 논란이 일고 있는 문서는 중국 화룡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삼합변방검사참(일종의 출입국관리소)의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모두 세 가지다. 검찰은 유력한 증거라고 법원 제출했지만 주한 중국 대사관은 위조 문서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민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검찰, 외교부까지 중국의 공문서를 위조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충격적이고 후안무치한 사실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관련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신청을 거부하고 기록의 출처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며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국가보안법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무리해서 기록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씨 역시 "(특정한 시기에)북한에 가지도 않았는데 국가 공증까지 받은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니 충격적이었다"며 "이번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해 검찰은 정면으로 강하게 반박하기보다는 진위 파악에 나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주한중국대사관이 법원에 팩스로 제출한 회신에는 (검찰이 제출한)3개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돼있지만 중국의 문서발행 절차 및 공권 문서가 위조됐다고 판단한 근거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며 "현재 이 문서들의 출처 및 발행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진상이 확인되는 즉시 이를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현재 검찰이 공소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판과정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따로 할말이 없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항소심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중국 영사관에서 보낸 팩스가 법원에 도착한 것은 맞지만 아직 증거조사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유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 중 유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출입국 기록과, 사실확인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변호인 측은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은 "기록에 의하면 유씨는 2006년 5월27일 오전 11시16분께 북한으로 들어갔고 다음달 10일 중국으로 나왔다"며 "유씨는 2006년 5월에 북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유씨는 어머니 장례식을 위해 2006년 5월23일에 북한에 갔다가 같은달 27일에 중국으로 나왔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해 12월23일 중국 영사관에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등의 진위 여부에 대한 사실조회를 보냈다.
한편 2004년 탈북한 유씨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