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인재영입이 주목받고 있다.
당내 비주류인사들의 탈당 사태 속에 외부 인사영입에 공들여온 문 대표의 노력이 당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영입인사들이 모두 비정치인인데다 각 분야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가장 파격적 인물은 단연 김종인 전 의원이다. '인재 영입'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김 전 의원의 더민주행은 문 대표의 외부인사에 대한 '흡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분당 위기에 몰렸던 문 대표가 새 인물 수혈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젊고 유능한 신인들을 기용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고, 나아가 '안철수 바람'까지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대통령의 '경제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깜짝 카드로,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까지 얻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표의 릴레이식 인재영입이 김 전 의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인재영입 진행 전부터 김 전 의원과 논의해 추천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김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수락한 배경을 결코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문 대표가 발표한 인재영입 인사 중 상당 수는 김 전 의원측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는 지난 15일까지 총 10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김선현 차병원 교수, 오기형 변호사, 김빈 빈컴퍼니 대표, 양향자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김정우 세종대 교수,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이 차례로 입당했다.
'위안부 그림' 논란으로 자진 하차한 김선현 차병원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호평을 받고 있다.
더민주에 합류한 10명의 인사는 대부분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다. 치안, 외교·안보, 재정, 법률, 디자인, 전문경영, 국제통상, 벤처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로 포진했다.
기존 '운동권 정당'이라는 인식을 지워내기 위해 문 대표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더민주는 왼쪽으로 치우쳤던 기존 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중도층 확보까지 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10명 가운데 40대 4명(표창원·김병관·양향자·김정우), 50대 2명(오기형·박희승), 60대 3명(이수혁·하정열·유영민)이 포진했다. 디자인 전문가 김빈(34) 대표는 30대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지난 6일 한 라디오에서 "향후 10년, 15년을 관통할 수 있는 야당의 주된 인적 흐름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의 문제다"라며 "10년은 더 젊게 만들어야 한다"고 인재영입 방침을 설명했다.
문 대표는 지난 15일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영입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의 인재영입은 비단 총선만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수권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를 운영할 비전과 정책, 그리고 능력있는 인재로 수권정당, 정책정당,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특히 1호 영입으로 각별한 관심을 모았던 표 전 교수의 경우 '합리적 진보'로 평가되는 인사여서 영입으로 인한 임팩트가 컸다.
현실정치에 크게 뜻이 없던 표 교수를 여의도로 이끌었던 배경에는 문 대표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표 전 교수는 지난 2일 더민주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 '진짜가 나타났다'에 출연, 입당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해 1월 자신이 주최했던 한 추리캠프에 문 대표가 방문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 문 대표가 찾아줘서 매우 고마웠다"면서 "그런데도 영입에 대한 아무 말도 없이 돌아갔던 것이 오히려 마음에 빚으로 남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입당 기자회견에서는 단지 "흔들리는 제1야당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라고만 말했던 그였다.
주변인사들은 이토록 문 대표가 말그대로 '외부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할 수 있는 배경으로 그의 진정성을 입모아 이야기 한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새로 입당한 인사들이 한결 같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문 대표의 영입 제안에 진정성이 느껴져 뿌리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표의 인재영입이 어느정도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