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8거래일 연속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201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역외·역내 위안화 스프레드는 과거 2000년과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 6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6.6650 위안까지 하락했다. 반면 달러·위안 역내환율은 6.5575 위안을 나타내면서 차이가 벌어졌다.
이어 7일에는 중국이 달러·위안화 환율을 전일 대비 0.5% 하락한 6.5646 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역외 환율은 6.75선을 넘어섰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6.70 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외환팀장은 "위안화 역외 환율을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조금 덜 미치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 움직임이 조금 더 강하기 때문에 괴리가 벌어진다"며 "우리 시장도 중국과 동조하는 패턴이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식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 기조가 올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금융·주식 시장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중국 증시는 전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면서 개장 29분만에 폐장했다. 한국 증시 또한 1900선을 위협 받으며 전 거래일보다 21.10포인트 내린 1904.33에 마감했다.
이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가 자금 유출 또는 경제 심리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차원, 부진한 수출을 진작하기 위한 정책 차원에서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시장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 현재 절하 요인이 우세하다"며 "신흥국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거나 변동성을 확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는 감소하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실제로 실물 경기 측면에서 중국 경기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며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있고, 대응을 잘못하면 더욱 악화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중국 증시가 마비된 지난 4일 이후로 연일 점검 회의를 열고 24시간 감시 체제를 가동하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겠지만, 현재 한국의 외화 보유 상황 등을 미뤄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외화 수급 상황도 괜찮고 지급여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중국 자본시장과 위안화 평가 절하가 겹치면서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 상황 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7일 오전 8시와 11시에 각각 2016년 리스크 점검회의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고, 금감원도 오후 4시에 시장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면서 여러 대내외 변수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