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외교부를 항의 방문,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위안부 협상에 대해 "굴욕적인 밀실 협상으로 절차에 있어 중대한 흠결이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상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서 공소시효가 없다. 사후 국가 간 면책하는 협정도 할 수 없거나 제한된다는 게 '글로벌 룰'"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다른 여러 나라들도 이런 굴욕적 협상을 한 예가 없다는 점을 윤 장관에게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지원 재단 기금인) 10억엔에 해당하는 (돈을) 국민 성금을 통해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위로와 치유, 미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노력에 (사용)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며 "당사자의 합의도 없는 밀실 야합과 같은 효력 없는 이번 협상은 무효이며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해 한 번도 주장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윤 장관에게 강하게 물었는데, 아무런 대답을 못 했다"며 "미뤄볼 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배상에 대해선 한 번도 주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항의 방문에는 신경민·유승희·남인순 의원 등도 함께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윤 장관을 비공개 면담하며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타결의 '무효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10억엔을 우리 정부가 수령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민 성금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 및 피해자 관련 단체들과의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 이전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해서도 '이면 합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일본군의 관여 인정 및 정부 책임 표명 ▲내각 총리 명의의 공개적·공식적 사죄와 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 출연 등을 근거로 이번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재협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교부 차원에서 지난해 15차례에 걸쳐 피해자 및 관련 단체와의 접촉이 있었고, 여성가족부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사전 협의 절차가 있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이날 면담에선 '12·28 합의' 내용 중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문구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 등은 이번 협상의 효력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종적', '불가역적'의 무효를 주장한 반면, 윤 장관은 이 문구들이 일본 측의 착실한 후속 조치 이행을 전제로 우리 정부뿐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쌍방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윤 장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이번 협상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윤 장관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면담은 30~40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시간이 지나서야 종료됐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윤 장관의 해명성 답변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측은 이날 면담을 위해 '12·28 합의' 내용을 요약한 별도의 표를 제작, 윤 장관이 이를 사용해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