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총리는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사무소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성 전 회장의 육성 진술로부터 시작됐다"며 "객관적인 증거, 관련자 진술 등이 성 전 회장의 육성 진술과 명백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범행을 저질러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라는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국민들은 검찰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 및 의혹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을 집중했다"며 "이에 검찰은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하게 공소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방문했는지, 방문했다 하더라도 이 전 총리와 만났거나 독대했는지, 3000만원을 전달했는지 등 어떤 부분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한때 나라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에게 심려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총리 직에서 물러난 이후 자성과 자중의 시간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 들린다는 선현들의 말씀이 오늘따라 가슴을 울리고 있다"며 "한때 온 국민에게 진실인 것처럼 호도됐던 비타500의 실체는 재판과정에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 사건 진실이 밝혀지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형에 앞서 검찰은 이 전 총리 변호인 측과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의 녹음파일, 성 전 회장인 남긴 메모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메모는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이 확인됐다"며 "경향신문 기자 A씨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경위, 정황, 동기, 당시 성 전 회장의 상태 등을 고려하면 증거능력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즉, 특신상태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특신상태란 형사소송법상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 상태에서 한 진술이나 작성 문건은 전문법칙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토록 하고 있다.
이에 변호인은 "메모에 적혀있던 인물들 중 검찰은 단 2명만 기소했다"며 "이는 검찰에서도 메모가 증거능력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증명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보장해야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며 "미국에서도 살인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숨지기 직전 유언 정도만 제한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녹음 파일과 메모를 증거로 채택하되, 최종 판단은 오는 1월29일에 열릴 선고 공판에서 밝힐 방침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