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반 총장의 방북에 맞춰 사면(赦免)외교를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18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제사회와 인권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대외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억류하고 있는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중심으로 '특사권(特赦權)'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북한의 인권유린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 유엔 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국, 러시아, 시리아, 수단, 쿠바, 이집트, 이란 등 19개 나라가 이 결의안의 채택을 반대했으나 119개 회원국이 찬성하면서 북한인권 결의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유엔 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6일 북한은 국가전복음모죄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임 목사가 북한의 최고 존엄을 헐뜯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재판에서 북한의 검사는 임 목사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으나 변호인 측에서 사형이 아닌 다른 형벌을 줄 것을 요청하면서 임 목사에게 종신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고려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김정은 제1비서가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임 목사를 사면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케이블방송 여기자 2명이 특별사면된 전례도 있다. 당시 '커런트TV' 소속의 중국계 로라 링과 한국계 유나 리 등 2명은 그해 6월 적대죄와 국경 무단 침입죄 등으로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지난 2004년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뒤 귀국길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8명 가운데 5명과 '동행귀국'한 사례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북한 헌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특사권(特赦權)'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있어 김정은 제1비서가 반 총장의 방북 선물로 특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반 총장과 김정은 제1비서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반 총장이 한국인인 만큼 북한에 억류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국인 김국기씨와 최춘길씨의 특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 총장은 유엔의 수장으로서 북핵과 인권 등에 관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라며 "반기문 총장이 북한에 어떤 '선물'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