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영권 분쟁 기업, 투자기회?…지분戰·장기전 "상황 따라 달라"

지분 다툼으로 주가↑…단기적인 흐름에 불과해

넥슨·엔씨소프트, 삼성물산·엘리엇 등 올들어 시장 곳곳에서 경영권 분쟁이 들끓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기업은 지분 다툼 양상을 보이며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경영권 분쟁 기업을 대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 양상이 지분 다툼 이외의 대결 구도가 되거나, 장기전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나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으로 작용할 경우 시장의 투매를 불러와 주가가 급락하기도 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기업 주가에 작용할 뿐, 투자 판단은 기업 실적에 근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그 기업의 민낯을 드러내며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점까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지난 7월27일 신동주 전(前)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한 이후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안건 2개가 가결되며 일단락됐다.

경영권 분쟁 논란 속에 롯데그룹 관련 주가는 전일까지 등락은 있었지만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롯데쇼핑 주가는 7월27일 종가기준 22만5000원에서 31일 25만2000원까지 올랐다.

지난 10일 20만4500원까지 하락했지만 다시 반등 주총 전 거래일인 13일에는 다시 25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칠성도 222만9000원에서 224만6000원으로 상승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185만2000원, 90만5000원에서 191만8000원, 1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지난 1월 엔씨소프트는 넥슨 측이 이사 선임, 이사 보수 공개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 공문을 발송하며 경영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최대주주인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1월21일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뒤 엔씨소프트 주가는 약 8개월간 20만원을 밑돌다 최고 21만85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른 주가는 거품인 경우가 많다. 지분 경쟁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가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가 오른 뒤 분쟁이 일단락되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둘러싸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종가기준 6만3000원대에서 최고 7만5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주총 이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5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50% 하락한 4만9750원에 장을 마쳤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잡음이 생겼을 때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이다.

2000년 3월14일 정몽구 현대회장이 이익치 전(前)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하는 내정 인사를 단행하며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현대그룹은 '친필서명' 논란에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포함한 3부자가 퇴진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이때 현대그룹은 후진적인 지배구조라는 지적과 함께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폭락, 2000년 증시 불황과 맞물려 낙폭을 키웠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쟁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 훼손, 경영 차질 등의 문제가 실적 악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꼽았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지분 다툼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는 단기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분쟁이 잦아들면 결국 기업 실적이 주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투자전략팀장은 "단순히 경영권 분쟁이 있다고 해서 그 기업 주가가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주가 등락이 이해 관계자 사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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