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부-우리금융 정면 충돌…우투證 매각 진통

우리투자증권 계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연기됐다. 패키지 해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우리금융그룹 이사회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바람에 매각 작업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우리금융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우리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안건조차 다루지 못했다.

이사회가 '최고가 매각'을 추진한 반면 정부는 입찰의 1차 원칙인 "패키지 일괄 매각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와 의견이 맞지 않아 안건 자체를 못 올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우투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우리금융은 지난 16일 본입찰을 마감하고 입찰자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왔다.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가 본입찰에 참여했다.

◇패키지 매각, '조속한 민영화'에 기여

이번 매각에서는 패키지 인수와 개별 인수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가지 입장은 각각 '조속한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과 연결된다.

파인스트리트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사모펀드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실제 자금 조달 능력 등이 한계로 작용해 사실상 경쟁은 KB금융과 농협금융의 구도로 좁혀졌다.

패키지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쪽은 농협금융이었다. 정부는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약 6개월동안 "패키지 인수"라는 원칙을 줄곧 내세워 왔다.

농협금융은 패키지에 모두 1조2000억원을 배팅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일부 이사들은 시장이 생명과 저축은행의 기업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 상태에서 증권과 자산운용이라는 유인이 없을 경우 민영화가 한없이 표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별 매각,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기여

반면 KB금융과 파인스트리트의 가격 전략은 개별 인수에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우투증권에만 1조2000억원을 써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생명과 저축은행은 마이너스로 평가했다. 농협금융은 패키지에 1조2000억원,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과 자산운용에 1조2000억원을 적어냈다.

우투증권에 대한 개별가격만 보면 KB금융이 가장 높고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에 850억원으로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패키지를 해제해 증권을 KB금융에, 자산운용을 키움증권에 넘기면 매각자금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이사회 배임 논란, 패키지 해제 시 농협금융 법정대응 불사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개별매각을 포기하고 패키지 매각을 밀어붙일 경우 '헐값 매각'이라는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측면도 이사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패키지 매각으로 일부 계열사를 헐값에 넘기지 말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학영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패키지 매각이 증권계열 전체의 매각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KB금융은 결정이 연기되면서 판세가 다소 유리해졌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내부직원의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 각종 스캔들이 이번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던 참이었다. 패키지 가격을 농협금융보다 낮게 써냈기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다만 개별 매각을 밀어붙일 경우 "인수합병의 룰을 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애초 패키지 매각이라는 정부의 방안에 따라 가격을 써낸 농협금융이 애꿎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만약 패키지가 해제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 개월 동안 패키지 인수를 강조하다가 최종 입찰 가격을 받고서야 대전제를 바꾼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만약 패키지 원칙을 깰 경우 지방은행과 우리은행 입찰 때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개별 매각이 이뤄질 경우)로펌과 상의해 법적 대응 등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민영화 추진 논란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매각'이라는 원칙은 서로 양립키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정을 연기하는게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우리아비바생명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장 상황을 선택해야 하지만 빠른 민영화(패키지 매각)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짚었다.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정권 초기에 치적을 세우기 위해 무리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사회는 이르면 23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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