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등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기밀누설)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31일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조응천 각본·연출, 박관천 연기'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정치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편에 서서 정씨와 이재만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권력암투를 벌인 조 전 비서관에 대해 사법적 수단을 빌려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후반부터 청와대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조 전 비서관을 지목해왔다. 조 전 비서관이 해당 문건들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책임 라인에 있었던 만큼 이미 구속된 박관천 경정보다 혐의가 훨씬 무겁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 또한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조 전 비서관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데다, 설사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만으로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게 건네고, 박 경정 등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들을 박 회장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서도 조 전 비서관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법원은 박 경정이 진술을 번복한 배경에 검찰의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경정뿐만 아니라, 박 회장도 1차 소환조사 때와는 달리 2차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이 자신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심경 변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별 다른 성과없이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다음주에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결국 연말 정국을 3주 이상 혼돈에 빠뜨렸던 박 대통령 주변 권력암투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이 사건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며 “하지만 이 사건은 언제고 다시 떠오를 ‘부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