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남·북·러 삼각협력 사업의 실현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한반도 경제 전문가 루드밀라 자하로바(29) 박사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 협력은 한국이 결단을 내리면 남·북·러 삼각협력 사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하로바 박사는 1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완공된 라진항 내의 대규모 화물터미널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실행되려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북·러 합작회사(라선 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하로바 박사는 북한의 정책 목표는 체제 수호이기 때문에 특구를 지정해서 외국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여기에 북한의 노동력을 투입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중국과는 다른 경제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관계대학교를 졸업한 자하로바 박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러시아국립 인문대학교 외국어담당 교수로 재직했고 2011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한국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으로 발탁됐다. 2013년부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청년학자 위원회 교수직을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에서 ‘남북한 경제 관계와 러시아가 참가하는 남·북·러 삼각경제계획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2005년과 2007년 한국에서 공부했고 올해도 학술회의 참석을 위해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민주평통 주최 한·러포럼에도 발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 출간한 ‘남북한의 경제관계-처음부터 현재까지’는 최근 수 년래 남북의 경제 관계를 다룬 유일한 전문 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하로바 박사는 남북한 경제 진단과 함께 북한에 대한 남한 일각의 오해를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자하로바 박사와의 일문일답.
- 러시아가 북한과의 철도 현대화사업 등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 조치에 저촉되지 않나.
“물론 북한과의 적극적인 경제 협력에 대한 우려에 관한 유엔의 권고사항은 있다. 그러나 유엔의 제재 조치는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품목들에 한해서고 그 품목들은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았다. 그외 북한과의 경제 활동은 개별국가의 재량권에 달려 있다. 따라서 러시아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 북한의 정책은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반도 경제 전문가로서 어려움은 없나.
“북한의 정책 행위가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북한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그들의 최우선 순위는 자기체제 유지와 주체사상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그들이 선택할 수있는 정책과 행동 패턴을 예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 북한의 경제 정책이 중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나
“중국은 개혁·개방을 할 때 농업 국가였다. 하지만 북한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한은 1960∼1970년대 이미 사회주의 공업화를 이룬 국가였다. 인구도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한다. 북한의 경제 개발은 도시 중심 공업 중심으로 급속히 실행될 수 있다.”
- 북한의 경제 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 같은가?
“북한은 체제 유지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므로 전지역을 개방하기보다는 특구를 지정해서 외국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여기에 북한의 노동력을 투입되는 방식이 될 것이다.”
-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견해는.
“북한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무너지지 않은 국가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들도 보여주는 바와 같이 북한의 경제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붕괴론은 설득력이 없다.”
- 남한 일각에서 북한의 국민총생산(GNP)을 아프리카 국가 수준으로 보는 것은 객관적인가?
“북한은 경제 통계 자체가 비밀이다. 그들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몇%의 초과 달성 목표가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다. 결코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자료도 발견할 수가 없다. 내가 확인 가능했던 유일한 자료는 유엔 자료인데 유엔에 가입한 국가는 매년 자국의 경제 통계치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제출한 자료는 엉망이고 아무런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 점에서 서방이나 한국에서 북한 경제 자료를 어떻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북한 경제 자료는 사실상 작성이 불가능하다.”
- 북한에 관한 경제 자료들을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면 어떤 식으로 연구하나
“다양한 방법으로 찾고 있다. 북한의 각종 통계 자료들은 국제기구, 한국의 자료,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자료 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 남·북·러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한 전망은.
“남북러 삼각사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국과도 경제 협력 사업 논의를 해나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큰 틀 속에서 북·러 간, 한·러 간의 양자대화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은 남·북·러 삼자 간 경제 협력 사업의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은 북한을 빼면 그냥 섬나라이다. 그것도 북쪽이 막힌 불완전한 섬나라다. 이런 환경을 타개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실행이 불가능한 정책 선전이 될것이다.”
- 남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남북한 정책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에서 정치 논리를 분리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남한과 북한이 진정으로 통일을 추구한다면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남한이 그 어떤 빠른 성과를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그 어떤 의미있는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