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국민안전처(안전처)가 출범했다. 소속 정원만 1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세월호 참사이후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안전처는 출범부터 승진잔치 논란에다 재난대비 전문가 부재, 각기 다른 조직간 화학적 결합 문제 등이 거론되는 등 순탄치않은 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고위직만 12개 자리가 늘어나고 앞으로 330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뽑기로 되어 있어 그들만의 승진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장차관급에 군 장성 출신과 경찰, 소방관 등 상명하복의 경직된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자리하면서 재난관리를 위한 예방과 대비에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인 안전처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재난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출범했다. 그동안 육상(경찰·소방)과 해상(해경)으로 나뉘어 있던 재난 대응 체계를 통합 관리하게 된다.
1차관, 2본부(차관), 4실 체제로 구성되며 소속 기관은 중앙119구조본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중앙소방학교,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등 모두 12곳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관련 담화에서 국민안전 업무를 통합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힌 지 198일 만에 출범한 것이다. 장관 아래 3명의 차관을 둔 것도 우리나라 정부조직 역사상 전례가 없다.
소속이 국무총리실 산하기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을 직접 맡아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해경과 소방방재청 등이 한데 모인 조직이다 보니 덩치가 커져 재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할지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재난에 대비하고 일사분란하게 구조활동을 해야 하지만 일반직과 소방직, 경찰직 공무원이 뒤섞여 있어 이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기 위한 작업도 쉽지 않다. 화학적 결합에 실패할 경우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부처 내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정부가 재난대응 체계를 통합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범시켰지만 깊은 논의 없이 재난 관련 조직만 한데 모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군 출신을 장차관으로 내세운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재난안전 관리는 전문성이 중요한데 이를 그저 군사작전 하듯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군 출신을 기용한 것이겠지만 국가의 재난관리는 전문적 식견과 그에 수반된 경험이 중요하다. 재난관리는 사전 예방과 대비, 재난 발생 후 대응과 복구 등 4단계를 기초로 각 단계별 유기적 연계가 핵심적이다. 사후 단계인 대응과 복구에 능한 인물만 내정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소한 차관에는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나 경험이 많은 관료를 앉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안전을 군대에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며 "청와대를 군인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니 군인 일색으로 대한민국을 채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 역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이 때에 유독 대통령만은 군에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국민안전을 군 출신 인사에게 맡기리라고는 예상치도 못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거대 공룡조직 편제에 고위직을 위한 인사, 330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며 안전처에 대한 걱정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첫걸음도 시작하기 전에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묘안을 내야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