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2일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성사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오후 10시께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대북전단 속에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고존엄을 비난하는 대북전단의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우리정부와 고위급접촉이란 명목으로 마주앉을 수는 없다는 게 북한당국의 현재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정부의 입장도 북한 못지않게 단호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최고존엄을 거론하듯이 우리정부는 국가 최고규범인 헌법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공권력으로 저지하는 행위 자체를 위헌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 역시 "헌법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생각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남북이 양보하기 힘든 가치인 최고존엄과 헌법을 각각 내세우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지난달 4일) 당시 황병서·최룡해·김양건과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사이에서 이뤄진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제2차 고위급접촉 개최' 합의는 파기될 공산이 커졌다.
앞으로 남북간 물밑협상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만 향후 일정을 살펴봐도 남북관계가 개선될만한 계기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정부로선 남북 고위급접촉보다는 오는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의에선 북한 핵문제와 북한인권 문제 등이 거론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가 더 냉각될 우려가 있다.
북한 역시 당분간 고위급접촉보다는 대(對) 유엔 외교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세계 41개국이 유엔에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에 김정은 등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한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앞장서서 제기해왔던 우리정부로선 고위급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 입장을 바꿀 수도 없는 처지라 북한인권결의안을 다룰 유엔총회(12월 중순) 역시 고위급접촉을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올 연말까지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