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육군, 윤 일병 사망사건 축소·은폐 정황 드러나

육군이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승주(20) 일병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해 참모차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대책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 보도자료를 결재했다. 하지만 육군은 보도실태 감사결과에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러 누락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 검찰 뿐아니라 육군과 국방부 전체가 윤 일병 사건의 조직적인 은폐·축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일병이 사망한 4월7일 오후 4시30분으로부터 2시간30분 후인 저녁 7시께 육군이 언론브리핑을 하면서 사망원인을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한 뇌손상"으로 명시했다. 사고 당시 "숯불통구이 등 9개 품목으로 회식 중이었다"며 우발적인 폭행사건처럼 브리핑 했다.

반면 사망 직후 발부된 의정부성모병원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미상'으로, 사망의 종류가 '기타 및 불상'으로 되어 있었다. 그날 밤 11시24분에 끝난 검시조서에도 직접사인 '미상', 선행사인 '미상'으로 되어 있다.

육군은 병원의 사망진단서도 무시하고 이후 실시될 검시 결과도 알 수 없는 시점에 보도자료를 통해 사망원인을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한 뇌손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가 참모차장을 중심으로 한 수뇌부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권오성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이 보도자료를 최종 결재했다.

윤 의원은 "윤 일병 사건 처리의 가이드라인이 된 이 보도자료 작성을 위해 육군 수뇌부가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국방부가 자료를 보내왔다"며 "국방부의 자료에 의하면 윤 일병 사망 직후 언론설명 전에 육군 참모차장이 주관해 정훈공보실장, 헌병실장, 의무실장, 법무실장, 인참부장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윤 일병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보도자료를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허위·은폐 보도자료는 육군 참모총장이 최종 결재해 언론 브리핑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언론보도가 이뤄졌다"며 "이제까지 육군 수뇌부가 총동원되어 윤 일병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것을 숨겨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8월14일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발표한 윤 일병 사건 보고실태 감사결과 보도자료에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관련 참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에 의한 사망사건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윤 의원에게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보고 시점은 사망 직전인 오후 3시30분께였다. 이를 보고한 사람은 참모차장, 헌병실장, 인사참모부장이었다.

윤 의원은 "이는 결국 육군 참모총장, 참모차장, 헌병실장, 인사참모부장은 윤 일병이 지속적인 폭행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윤 일병 사망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이라며 "윤 일병이 사망하자마자 육군 수뇌부가 총동원된 대책회의를 열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로 결정하고 육군 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거짓 허위·은폐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육군 수뇌부가 윤 일병이 지속적인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유도 이미 중요 증인의 진술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사건 현장 목격자인 김 모 일병이 28사단 헌병대에서 주요 진술을 한 것이 4월7일 오후 2시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당시 진술조서를 보면 '지속적인 폭행여부'는 물론 온갖 '엽기적인 폭행 사실'도 자세히 진술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일병 사건의 실체를 4월7일 처음부터 정확히 알고 있었고 사건의 은폐·축소를 주도한 권오성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이후 7월말까지 무려 4달 동안 김관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군은 윤 일병 가족들의 현장검증을 막았고 군 검찰부는 총동원되어 사건을 우발적 폭행으로 몰아갔다"며 "군의 조직적 은폐·축소는 참으로 경악스럽다. 어떻게 전 군이 동원되어 국민과 윤일병 가족을 속이기 위해 이렇게 할 수 있나"며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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