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이달말에서 다음달초 사이에 개최할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어떤 안건들이 다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핵 문제와 금강산 재개 등 다른 사안들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2차 고위급 접촉 의제에 관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5·24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DMZ평화공원, 북한 인도적 지원, 남북사회문화 교류, 북한 인권 등 남북간에 다룰 사안이 많다"며 "하나씩 놓고 논의하는 단계는 아닌 듯하고 여러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논의할지 소통할 필요가 있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 그런 것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특히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이산가족 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선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해 작지만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북한이 협력하지 않으면 전진할 수 없는 문제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산상봉 문제가)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특별한 방안을 북한과 협의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이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적으로 다룰 의제로 지목했지만 통일부 내부에서는 이 것이 지난 8월에 이미 제시했던 의제라는 점에서 이 방침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가 되더라도 그 시기를 놓고 논란이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준비에 2개월여가 소요되는데 이 경우 한겨울인 12월이나 내년 1월에 상봉을 하게 되고 그러면 고령인 이산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반면 되레 하루라도 속히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 대표단의 이번 방문으로 정부가 남북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외에 북한 인권, 핵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민감한 현안까지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안도 있으니 차분하게 준비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검토해서 (고위급 접촉 안건을)북측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일부는 고위급접촉을 위한 실무협의 개최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 역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이번 대표단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이 예상된다'는 전망에 "남북관계를 푸는 의미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은 틀림없다고 보지만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파격적인 것들로 분위기가 좋다가 다른 요인으로 오히려 후퇴하는 일을 너무 많이 봐왔다"며 "어제 일은 축소해서 볼 필요도 없고 과하게 기대해 남북관계를 낙관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나아가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고위급 접촉 제안 수용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북한이 최고실세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시킨 것은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치적을 알림으로써 체제를 선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추후 입장 표명 등을 확인하면서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