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따른 문제들을 협의·해결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점진적·단계적 통일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종연구소 오경섭 연구위원은 28일 "점진적·단계적 통일이 실현가능하고 한국정부가 통일 과정을 조절 통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합리적인 통일방안은 없을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견해를 밝혔다.
오 위원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에서 상정하는 남북한 합의통일도 불가능하다"며 "합의통일을 실현하려면 남북한 정부의 일방이나 쌍방이 주권의 전부나 일부를 포기해야 하지만 북한정권이 민주주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한국정부가 우리 체제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합의통일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권력의 속성상 북한정권이 주권의 전부나 일부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더더욱 어려워진다"며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즉각적 흡수통일을 요구하면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은 또 "북한주민들은 동독주민들과 같이 조기통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주민들은 정권 붕괴 이후 경제적 전환과 개혁 과정에서 실업과 경제침체 등의 어려움을 견뎌야 하므로 이런 조건에서 남한의 경제발전은 동독에서 경험한 것처럼 경제적 풍요를 원하는 북한주민들의 통일열망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위원은 그러면서 "이렇게 보면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북한 붕괴 시 남한 중심의 민주적 통일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며 북한정권 붕괴 후 흡수통일 쪽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