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맨해튼 관저에서 만찬 회동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뉴욕 도착 직후 맨해튼 서튼플레이스에 위치한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만큼 주빈 격인 사무총장부터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정가에선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시선이 집중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30분간 면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와 공동 번영을 위한 구상 등 한반도 문제와 국제사회 현안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반 총장은 우리 정부가 유엔의 대북 지원사업인 모자보건사업 등을 지원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고, 박 대통령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 총장을 만난 건 이번이 네 번째지만 이날 회동은 여권 일부에서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반 총장은 최근 국내 여론조사에서 17.4%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2위는 15.9%의 박원순 시장이었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3.5%)과 새누리 김무성 대표(13.1%)가 뒤를 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권 주자 영입설이 돌았던 반 총장은 임기가 2016년에 끝나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2017년 대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찬에 앞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세계은행 김용 총재와 잠시 환담을 하는 장면도 시선을 끌었다. 뉴욕에서 세계 기구의 수장인 두 명의 한국계 인사와 한국 대통령이 함께 하는 장면이 처음 연출됐기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주최한 만찬은 박 대통령과 김용 총재, 윤병세 외교부 장관, 오준 유엔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만찬 행사가 열린 반 총장의 관저는 맨해튼 동쪽 이스트리버와 퀸스보로 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1921년 지어진 네오조지안 양식의 타운하우스로 건물 내부에 미니 엘리베이터가 있고 강변 쪽으로 정원을 갖추고 있다. 본래 JP 모건의 딸인 앤 모건 소유였으나 1972년 유엔에 기증, 사무총장 관저로 활용됐다.
반 총장은 2006년 사무총장 당선 직후 관저에 입주하지 못하고 한동안 호텔 생활을 해야 했다. 이 건물이 1950년 이후 제대로 된 보수공사를 한 적이 없어서 파이프가 새고 전기문제로 화재 위험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전임 코피 아난 총장도 퇴임 무렵 “관저를 시급히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약 49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중앙냉난방과 시큐리티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방, 욕실 등을 업그레이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