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정재왈(50) 대표를 만났을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대학로예술극장 안에 비좁게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센터'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교육동 12층 넓직한 공간에 새 둥지를 틀었다. 대학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일반 관객이 아닌 예술단체를 상대하는 곳이라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예술시장 변화에 따른 국제교류전략을 수립하고 해외 협력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예술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체다. 최근 '서울아트마켓'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단체의 위상도 상승하고 있다.
이 센터의 주력 사업인 '2014 서울아트마켓'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국립극장과 공동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10월 7~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2014 서울아트마켓은 공식쇼케이스 프로그램인 '팸스초이스'와 한국 공연예술단체·페스티벌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팸스링크 등으로 구성된다.
"10주년이 변곡점을 찍게 됐죠.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기점이에요. 일본, 중국, 싱가포르부터 넓게는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 환태평양 지역까지 아우를 계획입니다. 여러나라에 아트마켓이 있지만 서울아트마켓은 아직까지 고적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스를 설치하고 전시를 통해 홍보하고 컨퍼런스를 열고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아트마켓의 전형적인 형식인데 온전히 지켜왔다는 점이 뿌듯해요."
올해는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아시아의 대표적 마켓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해 권역포커스의 하나로 중국을 주빈국으로 선정, 집중조명키로 했다. 10월 5~8일 진행하는 '2014 한-중 문화예술포럼'이 대표적인 행사다.
정재왈 대표를 비롯해 주커닝 중국공연예술협회 부회장, 정현욱 정동극장장,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손상원 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김병석 CJ E&M 공연사업부문 대표,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 리우천광 쟝쑤연예문화전보유한공사 사장, 푸웨이바이 북경소극장희극연맹 사무국장, 이종규 인터파크 상무 등 한중 공연전문가들이 총출동한다.
"그간 중국과 간헐적인 접촉은 있었으나 전박적이고 포괄적인 교류의 장은 없었죠. 이번에는 중국 정부에서 선정한 30여 명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참여합니다. 중국의 문화예술은 현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와 신뢰를 쌓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쌓는 것이 중국과 본격적인 문화 교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K팝 등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중국과 관계의 기반이 쌓이고 제도화가 되면 공연예술도 언제가는 대중 예술 못지 않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에서 신설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예비·초보 국내 기획자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인 '팸스마스터와의 하루', 한국의 문화와 공연예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해외참가자를 위한 '팸스버디', 형식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부스 전시 쇼케이스인 '팝업스테이지'이다.
신인 아티스트에게는 공연할 기회, 해외 참가자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1석2조 프로그램들이다. "홍대 근처에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예술가들이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행사를 곳곳에 배치하고 싶었어요. 10주년을 기점으로 기존의 딱딱했던 분위기를 바꿔 보자는 의미도 있고. 처음으로 개막식도 공연 형식으로 치릅니다. 일반인분들도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 플랫폼인 팸스초이스를 통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40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아시아뿐 아니라 오세아니아, 미주, 유럽으로의 활발한 해외진출 성과를 냈다.
올해에는 공모에 응한 94팀 중 10팀을 선정했다. 기존에는 전통문화를 주축으로 해외 진출에 특화된 팀 위주였다. 올해에는 소리꾼 한승석 & 싱어송라이터 정재일의 '바리 어밴던드(abandoned)', 극단 놀땅의 '본다', 드림플레이 테제21 '알리바이 연대기' 등 일부러 해외 진출을 노리지 않고 평소 국내 관객들을 만나던 작품들이 목록에 올랐다.
정재왈 대표는 "이번에는 한국의 현대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우리의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현대적이면서 능력 있는 단체들 위주로 뽑았다"고 전했다.
아트마켓 기간 해외 참가자들이 쇼케이스가 아닌 공연 전체를 보게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다리를 놓아주는 '팸스링크'에는 총 57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LG아트센터의 뮤지컬 '보이첵',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반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Ⅲ : 체임버 콘서트 - 축제' 등이 연결됐다.
"팸스가 가을 공연시장의 중심 역을 하는데 다리를 많이 놓고자 했다"면서 "지난해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서울시향 등 클래식까지 아우르며 범위를 넓히고자 했다"고 알렸다.
정재왈 대표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알렸다. "한국의 문화를 미래의 중요한 콘텐츠로 바라보는 흐름이 느껴집니다.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이 쌓였다고 봅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인 정재왈 대표는 LG아트센터 기획운영 총괄부장을 거쳐 문체부 산하기관인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맡아 센터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설립 10주년을 맡는 만큼 "모멘텀을 준비할 시기인 것 같다"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행히 성장기에 접어들 수 있는 토대는 닦아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도 국제문화예술 전담 기관으로 지정돼 국제교류 사업의 센터 역을 맡게 됐습니다. 2015 ~2016년 진행하는 서울-파리 한글 문화 예술교류 사업도 진행합니다. (이렇게 위상이 높아진 것은) 대표가 잘 해서만은 아니에요. 그간 같이 피나는 고생을 해온 직원들 덕분이죠. 저희가 다른 문화예술 기관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을 하다 보니 대중 등 외부에 우리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적었죠. 일반 대중들과 만나는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해요."
한편 '2014 서울아트마켓'을 살펴보고 싶다면 '개인참가' 또는 '부스전시'의 형태로 서울아트마켓 참가 등록을 마친 후, 여러 공연·정보·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개인참가자 사전등록은 21일까지 서울아트마켓 홈페이지(www.pams.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