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으로 국회가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추석 연휴 직후부터 지난 전당대회 이후 줄곧 외쳐온 '혁신'과 '민생' 행보를 '투 트랙(Two-track)'으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7·14 전당대회 당시 '보수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혁신 작렬'이라고 쓰인 흰 티셔츠와 반바지, 빨간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은 채 스스로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외쳤다. 최근에는 당직자 모두에게 '금주령'을 내리고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것을 주문하는 등 구체적 요구도 내놓았다.
전당대회 당시 라이벌이었던 서청원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 이미지가 강했던 김 대표는 당 혁신에 있어서 큰 기대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당내 혁신위원회 위원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 연구원장 등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한데다, 세월호 정국으로 국정이 멈추면서 당 혁신 작업을 가시화하지 못했다. 특히 "방탄국회는 없다"고 천명했던 것과 달리, 철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 처리되면서 김 대표의 '혁신 리더십'은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최고위원 인선·혁신위 구성 등 곧 마무리 할 듯
김 대표는 추석 직후부터 '보수 혁신'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우선, 당대표로 취임된 후 두 달이 다 돼가도록 마무리하지 못한 인선을 연휴 기간 동안 마무리한 뒤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11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아직 인선하지 않은 지명직 최고위원 마지막 한 자리에 당내 인사보다는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혁신'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의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도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 한 명에는 '혁신' 몫이, 여의도연구원장에는 '경제' 몫이 인선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가장 크다"고 전했다.
혁신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 '제식구 감싸기', '방탄국회'로 싸해진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이 밖의 '깜짝 인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당내 혁신위원회 구성도 확정해 추석연휴 직후 발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연휴기간 동안 혁신위 구성을 확정해 연휴 끝나고 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원장 인선에 관해선 외부 인사보다는 당내 인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대표도 "거창하게 외부인사 불러들이고 그렇게는 안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로선 혁신위의 실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최고위원 중 한 명이 혁신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새누리당 내 '혁신'을 목표로 한 기구가 수도 없이 구성되고 해체된 바 있어, 혁신위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대표 자신이 혁신위원장을 맡아 보수 혁신과 정당 혁신을 직접 이끌어가는 안도 검토된 바 있다.
김 대표 체제 아래 혁신위의 혁신 과제로는 비행기 이코노미석 이용, 고급식당 이용 줄이기 등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로 부상한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 등에 대한 논의도 심각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민생경제' 위한 행보도 계속…세월호정국 해결 나설지 '주목'
김무성 대표는 혁신 기치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민생' 행보도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등 '경제 살리기' 행보도 이어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협상은 모두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노량진수산시장, 광장시장 등을 방문하며 민생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장외 투쟁에 나선 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또 지난 9·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에는 부동산 대책 간담회를 열고 이에 대한 적극 뒷받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추석 후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에 관해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춰 세부적으로 법안을 만들고 제도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서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거의 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에서 한 발 물러난 김 대표를 향해,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의 '김무성 역할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김 대표 자신은 '관망자'적 위치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협상을 이어온 만큼, 향후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협상권은 모두 이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그 밖의 혁신과 민생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도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투톱 체제'로 개편될 경우, 즉 김 대표의 카운터파트너가 생길 경우에는 물밑 협상 등을 통해 세월호 정국의 해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