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5석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원외정당인 노동당 간 합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대비한 진보진영 재편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양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합당 성사를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노동당 이용길 대표는 지난 3일 당대표단회의에서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진보정치 재편 논의가 지난 시기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논의하고 토론한 후 결과를 만들도록 하자"며 당내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당대표가 타 진보정당과 통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달 후반부터 노동당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상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석호 전 사무총장 등이 진보진영 재편을 주장하자 이 과정에서 정의당과의 합당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석호 전 사무총장은 "노동당은 갈수록 사회로부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갈수록 취급을 못 받는다"며 진보진영 재편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에 정의당과 합당에 찬성하는 인사들은 "최소한 정의당의 3분의 2는 한때 같은 정당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공통의 가치와 합의된 룰만 있다면 충분히 같은 당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의당과의 통합을 원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경기동부연합을 빼놓고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이 하나로 뭉쳤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등 글을 올리며 합당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동당 내에선 합당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합당 반대파들은 2011년 진보신당 시절 통합진보당을 만든다며 당을 떠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노회찬·조승수 전 의원 등 주요인사들에 대한 반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인사는 "탈당파는 그나마 있는 재산(노심조)을 가지고 당원의 동의도 없이 떠났다. 따라서 남은 노동당이 실패했다고 비난하기 전에 먼저 떠난 탈당파가 성공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다른 인사는 "정의당은 이미 충분히 우경화됐다. 당권은 참여계(국민참여당계)가 쥐고 있고 당원도 참여계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과거의 동지였던 노심조계는 얼굴마담으로 전락했고, 인천연합계는 구색만 간신히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인사는 "통진당이 비록 패권주의와 종북주의에 찌들었어도 우리와 수십년을 함께 투쟁해왔던 집단"이라며 "그들과도 통합은 할 수 없겠지만 반 통진당이라는 명분으로 정의당과 통합하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라고 합당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역시 노동당 내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다만 2011년 말 통합진보당 결성 후 채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갈라섰던 경험 탓에 조심스런 반응이 지배적이다.
합당 반대파인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이 합당을 추진할 때 반대해서 남은 분들이 지금 노동당"이라며 "통진당 폭력사태를 겪으며 얼마나 많은 당원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떠나갔냐. 정의당 내 당원들의 마음도 합치가 안 되는데 노동당과 합당 얘기가 가능이나 하냐"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정의당은 약 2년동안 나름의 성과를 축적해 온 정당인데 헤쳐모여식으로 통합을 해버리면 그동안 축적한 성과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난 2년간의 고생이 도로 아미타불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보 통합의 명분이 다수의 국민에게 설득력을 줄지도 의문이고 지금의 정의당 존재감을 겨우 알리는 상황에서 통합은 섣부른 선택" "진보정당 재편으로의 지지율 상승이 일어나면 그것은 착시현상일 것이다.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라 나눠진 파이가 붙으면 자른 상태보다 커졌다는 착각인 셈" 등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정의당 내에도 합당 찬성 목소리는 있다.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을 배제한 뒤 진보당 내 일부세력과 노동당, 녹색당 등을 묶어 총선 전에 통합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정의당은 창당할 때부터 미래에 다른 당과의 통합 또는 합당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의당 당헌을 제정할 때 당의 합당 및 해산에 필요한 정족수를 완화해 놨다"며 "통진당, 노동당, 녹색당 등과의 연대를 진지하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다른 합당 찬성 인사는 "노동당(녹색당)의 강령이나 우리당의 강령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에 생각의 폭은 비슷하다"며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일본과도 손잡고 싸워야 하듯이 강령이 비슷하다면 손잡고 덩치를 키워야 정권을 잡기 위해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합당 논의가 당 안팎에서 진행되는 탓에 정의당은 오는 13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열릴 전국위원회에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리는 등 공론화 작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당대회 전까지 최고의결기구 역할을 할 이번 전국위는 노동당과 합당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