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 발생 며칠 전 열린 안전정책조정회의에서 다중이용선박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리를 지시하고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닷새 전인 지난 4월11일 오후 5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국무조정실 차장 등 13개 부처 및 외청의 차관, 차장이 참석한 제12차 안전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안전정책조정회의는 '총체적인 국가재난관리 체계 강화'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라 지난해 신설된 회의체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각 정부부처 차관과 외청 차장들이 참석해 각종 안전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모두 24가지 안건이 보고된 이날 회의에서 안전정책조정회의 개설 이래 최초로 '해양·연안사고 안전관리 대책'과 관련 다중이용 선박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해양안전의 전담부서인 해양경찰청은 "행락철(4~5월)은 다중이용 선박 이용객이 약 30% 증가하고 연안 레저활동이 활발하여 안전사고가 겨울철 대비 5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해양안전의 총괄부서인 해양수산부도 "봄철은 심한 일교차로 인한 해상의 짙은 안개와 해상교통량 증가에 따라 해양·연안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라고 보고했다.
두 기관은 여객선과 접안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을 하고 종사자 안전교육을 지속 시행하며 현장중심의 예방 활동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대책안을 내놨다.
회의를 주재한 안전행정부 장관은 "다중이용 선박사고는 대형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각 부처에서도 지자체에 지침을 시달한 후 현장을 지속해서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가 열린 이후부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까지 5일간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이 다중이용선박 안전과 관련해 지자체에 지침을 시달하거나 현장을 점검한 실적이 전혀 없었다.
안전행정부는 4월24일이 돼서야 지방자치단체에 선박 등 해양사고를 포함한 17대 핵심 안전관리 분야에 대한 안전점검을 추진토록 지시하는 뒷북을 쳤지만 이때는 이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뒤였다.
이 의원은 "장·차관들이 모여 사고 위험을 예상해 대책까지 세우고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공직사회의 회의결과가 일선 현장까지 논스톱으로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