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이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도 현안대응을 자제한 채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 후 공동대표직을 내놓은 안 의원은 이후 국회의원회관과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 사무실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중동(靜中動)이지만 동(動)보다는 정(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안 의원은 다음달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소속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현안을 점검하고 관련법안 제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매주 1~2번꼴로 측근들과 만나 향후 정국에 관한 의견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은 안 의원에게 "사안마다 현안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긴 호흡에서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내 중도 온건 성향 의원들이 진보강경파 위주 정국대응에 반발하는 등 당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안 의원은 이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직 대표인 안 의원이 현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대여 전략이나 정국대응 측면에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세월호특별법 대응과정에서 나타나는 당내 진보강경파와 중도온건파 간 힘겨루기 역시 차기당권경쟁의 전초전 형태란 평이 나오는 가운데 안 의원이 평소 자신의 소신대로 중도온건파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할 경우 의도치 않게 당내 권력투쟁에 휘말리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중도온건파와 손을 잡으면 최근 10일간 단식투쟁을 한 문재인 의원과 대비되면서 '온건 안철수 대 강경 문재인'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두 의원 모두 특정 진영에 고립되면서 제로섬 게임에 귀착, 표 확장성을 일부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안 의원의 정중동 행보는 불투명한 당 일정 때문이기도 하다.
현 지도부인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당 재건을 위해 중앙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국 각 지역 지역위원회를 차례로 구성해야 하지만 이 작업이 세월호특별법 여야 대치상황 탓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위원장과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을 따를지 아니면 전당원투표 방식을 도입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 안 의원이 섣불리 행보를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만 새 당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호적인 대의원·당원을 확보하기 위한 각 계파의 물밑작업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안 의원 역시 언제까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은 잠행 중인 안 의원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안 의원 홈페이지에는 "여론조사 순위는 새누리가 선호하는 사람 순입니다. 다시 말해 새누리가 상대하기 쉽다는 거죠. 누가 돈 들여서 여론조사 하는지 모르지만 진실을 알려주니 감사합니다" "잔 세파에 흔들리지 말지며 황소처럼 묵묵히 전진하길 응원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주세요" 등 격려 글이 게재됐다.
반면 "대학에서 교수하는 게 어울림. 정치는 싸움하는 전쟁터" "안의원님, 온건파로서 소리를 내 주세요. 이대로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아니에요"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시나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만 잔뜩 갖게 하고. 진짜 새정치하세요! 이 꽉물고! 먼저 세월호 특별법 처리부터 앞장서세요" 등 태도변화를 요구하는 쓴소리도 있었다.
한편 안 의원의 파트너였던 김한길 의원 역시 공동대표직 사퇴 후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지인을 만나기 위해 외국에 갔다왔다', '아버지 고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에 관한 책을 저술 중이다' 등 설이 나돌지만 측근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