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 세월호유족 동조단식 행렬…靑·與 압박효과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24일 서울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원들의 단식이 당초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에게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한 차원의 '동조단식'이었다면 김씨가 지난 22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뒤부터는 자발적인 무기한 단식으로 성격이 변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현재 단식 중인 인사들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통합진보당 의원단, 정의당 지도부와 의원단 등 10여명이다.

지난 19일 김영오씨 옆에서 단식을 시작한 문 의원은 당시 유족 요구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40여일 가까운 단식을 하던 김씨에게 단식 중단을 종용했다.

문 의원은 김씨 입원 뒤에는 바통을 이어받아 이날로 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이 단식을 하는 것은 지난 2월 하순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 민주당 이학영·남윤인순 의원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주일간 노숙 단식농성을 했다. 그때도 박 대통령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단 한번도 농성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의원단도 지난 21일 단식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수사와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에 반발하며 24일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을 했던 진보당 의원단은 다시 한번 단식에 돌입했다.

진보당은 이날부터는 이정희 대표와 최고위원을 비롯한 5000명의 당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동조단식도 시작할 예정이다.

정의당 지도부와 의원단은 진보당에 하루 앞선 20일부터 광화문과 청와대 앞을 오가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의당 농성장에는 새정치연합 안민석·이학영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단식농성이 야권 내 혼선 빚나

일부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식자들은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족의 주장대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19일 발표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간 재합의안을 거부하며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고 요구했고 그 주장을 현재까지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완구·박영선 재합의안은 세월호 사고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되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추천과정을 일부 고쳐 중립적인 특검을 선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합의안은 유가족에 의해 거부당했고 새정치연합 의원단은 '유족의 뜻에 위배되선 안 된다'는 취지 하에 재합의안을 추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족의 주장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단식의원들의 주장은 자연스레 이완구·박영선 재합의안을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진보당과 정의당은 처음부터 여야 재합의안에 반대해온 탓에 일관성이 있지만 문 의원의 단식에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당내에선 문 의원의 단식이 '용기있는 행동'이란 평도 나오지만 반대로 유족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든 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후보를 지냈고 현재 상임고문 직책을 맡고 있는 그가 7·30재보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하며 당을 이끌고 있는 박 원내대표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한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시민단체·친노·486·민평련 출신 의원 22명이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사실상 이완구·박영선 재합의안의 파기를 요구한 점도 주목된다. 박 원내대표를 당선시키는 데 영향력을 발휘했던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오히려 박 원내대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합의에 이어 재합의마저 파기할 경우 지도력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는 박 원내대표로선 문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로부터도 동의를 얻지 못하는 현 상황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와중에 일부 중진의원들이 박 원내대표가 겸직하고 있는 비대위원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는 논의를 시작한 점도 의도와 관계없이 박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래저래 난관에 부딪힌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화살을 돌리는 방식으로 재합의안 처리 불발로 인한 비판에 대응하는 중이다. 아울러 그는 사회원로와 종교계, 재야단체 출신 야권 인사들로 꾸려진 중재기구를 꾸려 유족을 설득, 재합의안을 수용토록 유도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식농성 대여압박 효과는?

이 같은 야권 내 혼선이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 효과가 뛰어나다면 단식농성을 지속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당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제1 압박대상인 박 대통령은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난 22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민생행보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세월호 유족이나 야당의원들의 단식에 일일이 대응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역시 문 의원을 집중공격하면서 문 의원과 새정치연합 지도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모양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문 의원을 겨냥, "이런 본인의 행동이 우리 여야 타협의 정치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또 본인이 속한 당 지도부를 얼마나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을 돌이켜 보라"고 요구했다. 같은당 이채익 의원도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국가적 아픔을 치유하고 화합에 앞장서야 할 분이 당내 합의를 깨고 장외에서 선동정치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단식 기간이 늘어날수록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가해지는 압박이 강해질 수는 있다. 특히 단식에 나선 의원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여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나아가 단식이 장기화되면 중도성향과 일부 보수성향 유권자들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유족과 야권 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대여투쟁과정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단식농성이 이번 세월호 특별법 논란 국면에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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