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완구·박영선 고뇌 속 취임 100일, 동병상련

합의한 세월호법 野 거부에 정국급랭…정치력 시험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5일로 동시에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으나 동병상련(同病相憐) 처지에 놓였다.

취임 이후 두 원내대표는 매주 월요일 정례 회동을 통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상시 채널을 통해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시도하며 여의도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더욱이 지난 7일에는 평행선을 달리던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해 11개항을 타결하면서 정치력을 인정 받고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고 다시 협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박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 원내대표도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새누리당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 파기'를 맹비난하면서 재협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13일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무산됐고 그 결과 세월호 특별법은 물론 경제활성화 및 민생관련 법안 등 각종 법안까지 줄줄이 표류하면서 정국은 다시 급랭했다.

두 원내대표 모두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나아가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사상 첫 국정감사 분리 실시를 위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원내사령탑으로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단원고 3학년 학생들에게 정원외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 역시 오는 9월 초부터 시행하기 위해서는 7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시급하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생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요구한 19개 법안의 처리도 집권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국이 세월호 법안에 걸려 꽉 막혀 있는 셈이다.

관건은 국회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이 상황을 조속히 타개할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전권을 이임 받은 이 원대대표는 고심 끝에 양당 원내대표간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가 곤경에 처한 것이 협상 파트너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박 원내대표와는 계속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의 재협상을 요구한 뒤 특별법과 민생법안 처리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 역시 민생법안이라면서 우선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세월호법 논의를 시작으로 각종 민생법안의 물꼬를 푸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말동안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은 물론 각종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요할 경우 주말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급해 당내 의견을 모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당 의원들에게도 문자를 보내 18일 본회의를 예고했다.

교섭단체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에 이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원내대표 역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지난 7일 합의안에 대해 당 의원들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기를 들면서 리더십이 휘청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폭풍 같은 100일을 걸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합의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면서도 "지금 우리는 교의 말처럼 가진 자들이 어려운 이들을 돕고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야당의 특별검사 추천권 강화 등 추가 협상을 요구받은 박 원내대표로서는 새누리당의 양보를 압박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추천위원회에 야당 몫의 인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막힌 정국의 해법은 일단 이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줄 것인지,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해 박 원내대표의 입지를 지켜줄 것인지에 달린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 집무실인 201호와 202호 중 201호의 출입문을 없애고 두터운 방음벽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장소인 만큼 당내 불협화음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여야 모두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팽팽하게 강경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 원내대표가 향후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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