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는 4일 윤모 일병의 군내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수뇌부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야당은 특히 군 수뇌부의 사법적 책임을 주장하는 한편 국방부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놓고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변화된 것은 없고 군 사건사고도 줄어든 것은 없다"며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은 전부 옷을 벗으라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사 분야 참모들도 이제는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은 "근본은 군 수뇌부의 보신주의다. 이 직책에서 발전적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무사히 마치고 진급할 지를 고민하는 게 군내에 팽배해 있다"며 "밑에서 보고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과거부터 계속해온 대물림의 가혹행위였다. 그 지휘관들 찾아서 그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고 소급 적용을 주장하는 한편 "사단장은 (윤일병을) 조문했지만 군단장은 조문도 안했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수뇌부가 책임진다는 자세 없이 근절되겠나. 문책이 이뤄진 연대장도 행정적인 징계 정도"라며 "군내 폭행, 가혹행위 등은 불시점검하도록 하게 돼있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휘관들은 직무유기다. 사법적인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16명 간부를 징계했는데 행정적 징계에 불과하다. 폭행이 대물림된 것은 명백한 부대관리 실패"라며 "지휘관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행정적 징계로 그칠 게 아니라 사법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는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축소·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군 검찰이 가해자들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서도 감싸주기 행태를 질타하며 살인죄 적용을 촉구했다. 군내 구타행위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휴대전화 지급을 주장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국방부는) 사망 당일 아주 평화로운 병영에서 회식하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보도자료를 냈다"며 "명백히 축소은폐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지속적으로 폭행사실이 있었고 사망에 이르도록 폭행의 잔혹성이 있었다. 그것을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7월31일 인권단체에서 사건의 전모에 해당하는 내용을 폭로하니 부랴부랴 8월1일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고 국회 국방위원에게 설명하겠다고 쫓아왔다"며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유족에게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군이 은폐하려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야 발본색원 하겠다는 의지도 생기고 국민적 동력도 생긴다. 꽁꽁 숨겨놓고 군끼리 뭘 어떻게 고친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은 또 가해자들의 혐의와 관련, "미필적 고의라는 법률 개념이 있는 것 아닌가.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다"며 "고의성이 입증 어렵다고 해서 살인죄를 피한 건 대충 눈감아주려고 한 것 아닌가. 국민 질타가 쏟아진 뒤에야 (살인죄 적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 역시 "윤 일병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의식까지 잃고 쓰러졌는데도 구타 빈도는 굉장히 높았다. 이게 살인행위 아니고 뭔가"라며 "이미 법원 판례에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도 살인죄는 성립된다고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의원은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를 검찰로서는 주장하기에 충분하다"며 "만약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것을 염려하면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은폐 의혹에 대해 "은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최초로 사실을 인지한 것과 중간 시간이 가면서 사실이 밝혀지는 시간 갭(차이)이 있다. 최초에 병사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보고해서 그 보고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병수사,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변화 있는 상황들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한 데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군이 확실하게 인식부터 바꿔야 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가해자들의 혐의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다시 검토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이 그와 같은 여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