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오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인 동작을에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 등이 뛰고 있다.
유일한 서울지역이란 점에서 동작을 선거 결과가 재보선 결과 전체에서 갖는 상징성은 크다. 여야 텃밭을 제외하고 사실상 선거의 여야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16~17대에는 야당이, 18~19대에는 여당이 동작을을 가져가 지역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새누리당 나 후보가 야권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기 후보의 '박원순 마케팅'과 노 후보의 '머슴론'·'정책선거' 등의 전략이 향후 판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기 후보와 노 후보를 포함한 진보정당 간 단일화 여부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나경원·기동민·천호선 '3人3色' 유세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한 뒤 17,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엄마'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작을 강남4구로 만들겠다"며 야심찬 출마를 선언한 나 후보는 주로 초등학교나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다니며 '엄마'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도 아이를 둔 엄마임을 강조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피력한다.
나 후보는 또 "노량진에서 태어났고 외할아버지가 상도시장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으셨다"며 동작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치 신인이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는 "박원순과 함께"를 강조하며 이른바 '박원순 마케팅'에 열심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기동민을 살려야 박원순이 산다"고 가세했다.
기 후보는 동작을 공천에서 탈락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 공천 마찰을 빚었으나, 최근에는 허 전 지역위원장과 함께 유세에 나서는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공천 논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수습하려는 의도에서다.
정의당 간판스타인 노회찬 후보는 나 후보와 기 후보를 겨냥, "공주를 뽑을 것이냐, 비서를 뽑을 것이냐, 머습을 뽑을 것이냐"며 이른바 '머슴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 후보는 또 공식 선거운동 첫날 동작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교통 문제와 관련해 순환 공영버스 도입 등 공약을 내놓으며 '정책 선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편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는 위헌정당 심판 청구로 인해 존폐 위기에 처한 당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고, 노동당에서는 김종철 전 진보신당 부대표가 현 후보들 중 '유일한 동작구민'으로 나섰다.
◇ 野, 나경원 집중포격…나경원은 '묵묵부답'
야당에서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초반에는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4대강 건설사 담합 문제, 큰빗이끼벌레 문제 등이 집중 공격된 반면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근인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나 후보 가족 간의 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지난 7월7일 국제뉴스에서는 유병언 일가 사업체의 자금관리와 경영을 총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나 후보 집안의 관계를 보도했다"며 "구원파의 실세인 김 전 대표와 나 후보의 부친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변인은 "실제로 김씨는 나 후보 부친이 운영하는 홍신학원 교장 출신"이라며 "1990년 3월에 나 후보 부친의 뒤를 이어 화곡 중학교 교장으로 취임한 후 2000년 8월까지 10년 이상을 화곡 중·고등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나 후보 부친과 번갈아가며 교장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당 허영일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김씨와는 어느 정도의 친분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유권자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라며 "나 후보의 답변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나 후보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박상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필배씨는 나 후보 부친과 고교 동창이고, 부친이 이사장인 학교에서 교장 및 이사를 역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 후보의 부친은 구원파 신도도 아닐뿐만 아니라, 친구 김씨가 구원파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네거티브가 새정치냐"며 반발했다.
◇ 야권 연대 '단일화'가 막판 변수될 듯
야권에서는 동작을 지역 '단일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나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 후보와 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는 인식에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서는 일단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못을 박고 있지만, 지역별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서울 동작을 지역은 경기 수원정(영통)과 함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정의당 노회찬, 천호선 후보가 갖는 정치적 입지나 인지도 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정 지역 간 '빅딜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각각 유리하거나 불리한 지역에 따라 후보들 간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나 당내 의견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야권의 승리를 위해 어느 정도 각 당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른바 '자리 나눠 먹기'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어 각 당에서는 신중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또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연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야권으로서는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