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주담대를 활용한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던 '한강벨트'는 매수 문의가 뚝 끊기는 등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신축 대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금요일인 지난 27일 하루 동안 급하게 매매 계약서를 쓰려는 가계약자들을 상담했다고 한다.
A씨는 "원래는 집을 보려는 매수자가 주말마다 찾아왔지만 일요일부터 발길이 끊겼다"며 "주변 구축에서 평수를 넓히거나 신축으로 옮기려던 갈아타기 실수요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못 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찬 거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70% 강화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이 담겼다.
특히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는 초강도 규제가 적용되면서 강남3구뿐 아니라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등 6억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하는 한강벨트의 경우 거래가 단절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6492만원으로 비규제지역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최대 10억원 가량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주담대 규제로 인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이 4억원가량 더 늘어난 셈이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기는 마포구(14억8423만원)와 성동구(16억3975만원)의 경우 비규제지역 LTV 70%로 주담대 제약이 없던 시절에는 자기 자본 4억원 가량만 있어도 매수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최소 8~10억원이 있어야 하는 형국이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한 중개업소는 "다른 지역에 선매수를 해 집을 처분해야 하는 매도인들이 호가보다 1억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는 조정해서 급매를 내놓고 있다"며 "상승장이다보니 먼저 매수를 해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마포구 내 이사를 위해 집을 보러 다녔다는 30대 B씨는 "주말 동안 원래 내놨던 값보다 5000만원 정도 깎아서 계약할 수 있다는 중개업소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주담대 한도가 줄어서 원래 봐둔 곳은 금액대가 안 맞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담대 규제로 거래가 급감하며 강남권과 한강벨트발(發) 서울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주춤하겠지만, 주택 매입을 단념한 수요가 전세로 몰릴 경우 임대차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는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기인 가을 전까지는 집주인도 매수자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당장 거래가 안 돼 집값은 주춤하겠지만 공급 대책이 안 나오면 또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장기적으로는 공급, 세제, 주택금융 등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이 고려된 개편이 병행되어야 시장 균형과 선순환의 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