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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이란 최고지도자…강제평화 ‘독배’ vs 저항과 핵개발

1988년 호메이니, 이라크와 8년 전쟁 끝내기 위해 ‘강제 휴전’
혁명 이후 최대 정권 위기, 호메이니와 같은 86세에 결단의 순간 맞아
X에 “시온주의자 적들은 큰 실수” 일단 강경 발언…수일 내 보복수위 관심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이란 최고지도자는 다시 강제 평화라는 ‘독배’를 들 것인가, 순교를 불사한 핵무기 개발과 투쟁, 저항의 길을 갈 것인가?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끝낸 상황과 비교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의 선택이 어디로 갈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1988년 7월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암울한 전망에 직면한 최고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마지 못해 휴전을 받아들이고 갈등을 종식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이란인들에게 “독이 담긴 잔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이슬람 정권은 그가 마신 독배로 인해 정권의 안정을 찾았다.

하메네이는 호메이니가 이듬해 사망한 뒤 최고지도자에 올라 올해로 36년을 맞았다.  

 

21일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자정의 해머’ 작전은 이란 혁명 후 미국이 이란 영토에 대한 첫 번째 군사행동이자 이란 혁명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분석이 많다.

호메이니의 후임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호메이니가 86세에 ‘독배’를 마시는 선택을 했듯이 하메네이도 86세에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하메네이는 미국의 폭격 24시간여가 지난 23일 X(옛 트위터)에 “시온주의자 적들은 큰 실수를 저질렀고,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올렸다.

 

최측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접촉을 하지 않고 일체의 통신을 차단한 채 거처를 옮겨가며 은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는 이번에는 이전의 몇 차례 올린 녹화 동영상이 아닌 X를 통해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국기와 함께 파란색 커튼이 처진 동영상 뒷배경만으로도 촬영 위치가 일부 알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메네이는 직접 미국을 지명하지는 않고 이스라엘(시온주의자)만을 겨냥했다. 미국과의 대립에서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폭격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이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NYT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요구하는 항복보다는 순교를 택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미국의 범죄적인 침략에 맞서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해 영토, 주권, 안보, 그리고 국민을 수호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혁명수비대는 중동의 미국 기지가 약점이 될 것이라며 보복 공격의 타깃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NYT는 중요한 것은 이란의 보복이 장기화될지 여부라고 보고 있다.

이란 정권이 국민들에게 항복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줄 만큼 충분히 보복한 뒤 하메네이가 미국과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2020년 1월 트럼프 행정부 1기에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심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암살한 뒤 이라크내 미군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으나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더 큰 전쟁을 우려해 공격을 중단한 바 있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이란은 저항과 자제라는 두 가지 대응책이 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승인하고 이란의 핵 시설을 감시해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관들을 추방할 수 있다.

그는 중동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군 함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도록 할 수도 있다.

바킬은 “이란이 트럼프에 맞설 능력과 대담함을 보여주는 옵션의 조합이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지역적 긴장 고조를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도 이란에 공격 계획을 사전 경고하고 주요 핵 시설 3곳으로 제한해 자제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공격이 정치적 목표물과 군사 기지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정교한 사이버전을 전개하고, 알카에다와 협력해 중동이나 해외의 기지부터 대사관까지 이스라엘과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

유럽 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이란 전문가 엘리 게란마예는 이란이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즉각 확대하는 등 일련의 대응책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또한 패배하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수일 내로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하메네이의 선택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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