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바마, 위안부 문제 등 日에 '과거직시' 압박…韓에 '미래' 주문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솔직하게 직시할 것을 압박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일 양국이 지난 수십년간 공방을 거듭해온 역사 현안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의 총리 이름까지 언급하며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위안부들에게 행해진 것을 보면 엄청나게 악한, 나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존경해야만 한다"며 "정확하고 분명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것이 알려져야 한다"고 일본 지도자들의 과거사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1기 행정부 당시 위안부(comfort woman)를 ‘성노예(sex slave)’로 규정하며 일 측을 압박한 적은 있지만,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12년 출범 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역사 문제와 관련 퇴행을 거듭해온 아베 내각의 자성을 사실상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계승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국제사회의 공분에 기름을 끼얹는 한편, 한·일 양국관계 복원은 물론, 동북아에서 한·중·일 삼각동맹 강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아베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고노 담화 계승의지를 밝혔다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다시 고노 담화 검증 의지를 재천명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이 대표적 실례다. 

이는 고노 담화 계승 의지를 밝힌 아베 총리의 진정성에 무게를 싣고,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에 합의했던 박근혜 정부를 궁지로 모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이름까지 거론한 것은 일본의 이러한 행태에 불만을 표시하고, 특히 양국 역사갈등이 초래한 한·미·일 동맹의 균열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의 이면에는 그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펼쳐진 우리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일 공세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평가다

정부는 올들어 오준 주 유엔 대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필두로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자간 이슈가 아닌,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다루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넓혀왔고, 이러한 접근은 미국의 부담을 더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본은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이미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사과했으며, 법적인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 16일 서울에서 첫 국장급 위안부 협의를 가졌지만 이러한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양국이) 고통의 과거 문제를 해결해서 과거보다 앞을 보고 가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명백한 보편적 인권 침해 문제를 부인하는 것도 문제지만, 위안부 해법과 관련, 박근혜 정부도 지금보다 열린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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