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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타하리, 세계적 스태프 참여


초연을 앞둔 창작뮤지컬 '마타하리'가 눈길을 끄는 점 중 하나는 쟁쟁한 해외 스태프들이 참여했다는 부분이다. 미국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7)과 미국 뮤지컬 연출가 겸 안무가 제프 칼훈(56)이 주인공이다.

와일드혼은 넘버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히트 이후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로 국내 뮤지컬계에서 마니아층을 구축한 인물이다. 칼훈은 뮤지컬 '뉴시즈'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하이스쿨 뮤지컬' '올리버' 등을 지휘했다.

와일드혼은 공연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에 '마타하리'라는 실존 인물로 뮤지컬을 만들자고 처음 제안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의 라이선스 공연 제작사다. 이들 작품과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음악과 대본을 제외한 연출, 무대, 의상, 조명, 영상 등 작품의 모든 부분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재창조한 스몰 라이선스 형식을 주도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창작뮤지컬은 '마타하리'가 처음이다.

와일드혼은 8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마타하리' 제작발표회에서 "EMK와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를 함께 하면서 가까워졌다. 이 회사의 젊은 기량이면 한국 마켓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외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는 데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약 4년 간 2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제1차 세계대전 중 2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가 바탕이다. 마타하리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인 파일럿 '아르망', 마타하리에게 스파이가 될 것을 제의한 프랑스군 대령으로 투철한 사명감을 지니고 있지만 점점 그녀에게 이끌리는 '라두'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와일드혼은 마타하리에 대해 1997~98년부터 관심을 갖고 이어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의 물랑루즈에서 화려한 삶 자체가 나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과 물랑루즈, 파리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의 심경변화를 그려낸 뮤지컬 넘버 36곡을 4년에 걸쳐 완성했다. 인도 지방의 음악, 아메리칸 재즈, 드뷔시 등 클래식음악을 아울렀다. 아련하고 잔잔한 '노래는 기억해', 새로운 사랑 앞에 설레는 마타하리의 심정을 담은 '예전의 그 소녀'가 우선 귀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제작 전부터 마타하리 역에 캐스팅된 옥주현을 비롯해 와일드혼은 한국의 뮤지컬배우들에 대해 "재능이 넘치는 예술가"라고 했다. "그들이 솔(soul)이 넘치도록 넘버를 부르는 것을 보면 기쁘다"고 했다.

라두 대령의 넘버가 점차 늘기도 했다. 와일드혼은 "새로운 뮤지컬 넘버는 쓰고 그걸 다시 작업하고, 다시 쓰고 그걸 작업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모험"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배우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알아가는 작업을 거치면서 인물들도 알아갔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곡을 작곡하게 되고, 배우들을 위해 추가한 노래도 많다"고 했다.

칼훈 역시 "와일드혼에게 한국 배우들이 세계에서 노래를 가장 잘한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그 덕분에 이 힘든 과정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고 확인했다.

와일드혼은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에도 출연한 옥주현과 인연이 깊다. 옥주현은 2014년 와일드혼의 권유로 뮤지컬 유명 넘버를 담은 음반 '골드'를 내놓기도 했다.

와일드혼은 "옥주현이 '몬테크리스토'의 넘버인 '온 세상이 내 것이었을 때'(When The World Was Mine)를 부른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있는데, 미국 배우들도 그것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 음악의 다양한 색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라 생각한다. 작곡가로서 이러한 배우를 만나는 건 영광"이라며 즐거워했다.

'마타하리'에서 또 눈길을 끄는 건 대형 무대 세트다. 제작비의 8할이 무대 세트 제작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를 자랑한다. 19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마타하리가 걷는 인생의 여정을 따라 무대 세트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이를 위해 자동화기기만 무려 29대가 작동한다. 경기 광주의 물류창고를 빌려 테크 리허설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최첨단 오토메이션 무대 장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뮤지컬 '레 미제라블' '위키드'보다 많은 숫자다.

칼훈은 "우리의 세트는 굉장히 야심차다. 세트는 뮤지컬의 한 인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세트의 전환은 배우의 안무만큼 매끄럽게 가야 한다"며 "21세기인만큼 세트의 변화를 영화적으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타하리'를 통한 가장 큰 도전은 "1차 세계대전이라는 광활한 세계와 '마타하리'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보여주면서 인물의 내면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라는 뜻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파리의 풍요와 평화로운 때를 뜻하는 '벨 에포크 시대'의 복식에 현대의 스타일을 더한 200벌의 의상의 관심을 끄는데 칼훈 연출은 "무대 위에 아름다움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타하리 역에는 옥주현와 함께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활약 중인 김소향이 캐스팅됐다. 아르망은 엄기준·송창의·'빅스' 멤버 레오(정택운), 라두 대령은 류정한·김준현·신성록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2014년 뮤지컬 데뷔작인 '풀하우스'에 이어 '마타하리'를 통해 두 번째로 뮤지컬에 출연하게 된 레오는 "내 장점은 백지라는 것"이라며 "형, 누나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서 가져올 수 있는 건 가져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타하리'는 한국에서 초연한 뒤 세계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마타하리' 월드 프리미어에는 18개국 바이어들을 초청한다. 칼훈은 "한국과 미국의 감성을 합쳐서 만들고 있다"며 "런던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프로듀서는 "2011년부터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해왔다. 한국과 아시아가 아닌 세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며 "와일드혼이 '몬테크리스토'를 함께 올린 뒤 우리 회사의 제작능력과 한국 배우들을 보고 제안을 해줬다. '마타하리'가 소재라면, 세계로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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