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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관세 4배' 발언…통상전문가 "관세 조절로 통상전략 짜야"

"반도체법 폐지 쉽지 않을 것…일방적 폐지 아닌 투자 유도책"
알래스카 LNG개발사업 투자는 긍정…"투자 규모는 협상해야"
한미 조선업 협력은 호재…"세부협상으로 혜택과 이익챙겨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비판하며 대표적인 문제적 무역 관계의 사례로 꼽았다.

통상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양국 간 상당 수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냈다.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확대 해석한 발언이라면 미개방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절하는 방식으로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발언은 의회 설득 과정이 필요한 만큼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도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업 부활에 대한 의지는 우리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FTA로 교역물량 대부분 상호 무관세…농산물 등 일부 품목 재협상 여지"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발언한 것은 쌀, 바이오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율이 높은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걸 명분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나라가 일부 품목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상호관세를 부과하려고 한다면 개방하지 않았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조절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관세의 경우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 우리나라가 높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배는 너무 높게 잡은 수치"라며 "미국이 농산물을 협상 테이블로 들고 나오는 경우 업종별로 협상을 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관세의 경우 부과를 한 다음에 환급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 관세가 4배 높다고 발언한 것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계산한 것 같다"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이지만 4배까지 부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단순히 관세뿐 아니라 수입량에 따라 가중치를 준 것에 대한 평균을 내서 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빠진 것 같다"며 "소규모로 수입할 때 관세가 높을 수도 있기 때문에 4배 이상 관세가 높게 부과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종합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법 폐지 쉽지 않을 것…일방적 폐지 아닌 투자 유도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법 폐지에 대해 미국 공화당에서도 반도체법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은 만큼 폐지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먼저 냈다.

백 교수는 "반도체법을 폐지하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 내에서도 반도체법을 찬성하는 쪽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일방적으로 폐지하지는 못한다. 아마 TSMC의 사례처럼 추가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반도체법 폐지 등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할 때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통상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도 있었다. 이 경우 미국 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 교수는 "반도체의 경우 업종별 관세 부과와 지원금 폐지 등으로 설상가상인 상황"이라며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미국에서 수주해야 하는 파운더리는 대만 TSMC에게 넘어갈 수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마이크론으로 물량이 넘어갈 수 있는 만큼 기존 혜택이 없어져도 투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 끊길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산업들이 타격이 생길 수 있지만 전반적인 수출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알래스카 LNG개발사업 투자는 긍정…"투자 규모는 협상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한 데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반응이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면 재원 마련 방법이나 투자 규모 등 세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가) 해외 유전 투자를 해왔는데 그것의 연장 차원에서 (투자)하면 될 것 같다"며 "가스관 투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해외 유전 투자 규모를 고려해 수조원까지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교수도 "자원 투자라는 점과 외교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방향성 자체는 좋다고 본다"며 "민간에서 투자할 여력은 없을 것이고 가스공사나 석유공사가 투자해야 하는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등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투자를 했을 때 무엇을 줄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우리가 투자했을 때 LNG를 싸게 준다든지 하면 투자하면 된다. 국익에 따라 비용 편익 분석을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호재…"세부협상으로 혜택과 이익챙겨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에 대해 힘을 싣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와 협력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의 조선 수출이 어려워지면 우리나라 조선이나 철강 수출에 있어서는 이익이 된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조선업 큰 틀에서 혜택"이라며 "우리가 어떤 혜택을 가져올 지는 협상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기술 이전 부분은 일정 부분 이전을 해주고 현지 법인이 불가피하면 세워서 해야 하지만 100% 현지 법인에서 미국인을 고용해야 하는 게 있어서 한국 기술자를 데려갈 수 있도록 미국 법인과 한국 법인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추가 수주 물량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백 교수는 "지금 당장 추가적으로 수주해도 도크가 비어있는 부분이 없고 장기적으로 수요가 보장되지만 대규모로 미국 수요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걸로 안다"며 "추가적인 물량을 받아오면 미국 수주를 우선으로 하는 쪽으로 협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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