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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형수·장영재, 추일승 감독 '신의 한 수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 주연 이상으로 주목을 받는 조연을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17일 '코트 위의 신 스틸러'는 전형수(36·고양 오리온스)였다.

오리온스는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81-64 완승을 거뒀다.

앞선 1·2차전에서 2연패를 당해 시즌 마감 위기에 몰렸던 오리온스는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3차전에서 기사회생했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오리온스에 불리한 경기였다.

오리온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SK전 8연패(정규리그 6연패 포함)를 기록 중이었다. 올 시즌 단 한번도 SK를 이겨보지 못했다. SK는 오리온스의 '천적'과 같은 존재였다.

부상 악재도 오리온스를 울상짓게 했다. 핵심 멤버인 김동욱(33)과 한호빈(23)은 1·2차전에서 각각 부상을 당해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얘기가 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장재석(23)은 '삭발 투혼'을 불사르며 17점을 책임졌고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28)와 앤서니 리처드슨(31)은 각각 17점과 16점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승리의 주역은 이들 3인방이었지만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팀 내 최고참 전형수였다.

3차전을 앞둔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의 최대 고민은 가드진 운영이었다. 2차전에서 11점 9어시스트로 맹활약한 한호빈이 부상을 당해 사실상 이현민(31) 혼자서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추 감독은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전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승부수였다.

전형수는 2쿼터에 이현민과 교체 투입됐다. 그는 코트를 밟은 지 약 1분 만에 외곽포를 터뜨렸다. 공백기를 무색케 하는 과감한 플레이였다.

베테랑다운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리처드슨의 3점슛을 돕는 등 총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짧지만 강렬했다. 전형수는 이날 7분32초를 뛰었고 3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가 활약한 덕분에 주전 가드 이현민은 7분을 쉴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전형수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교체 투입되고 나서 약 1분 동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런데 처음 시도한 3점슛이 운 좋게 들어가면서 정신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시즌 첫 경기를 소화했지만 사실 전형수는 준비된 선수였다. 그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경기 감각과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SK전을 대비하기 위해 꾸준히 압박 연습을 해왔다. 상대의 패턴 플레이를 깨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추 감독은 "전형수가 올 시즌 첫 출전이었던 만큼 사실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력과 그를 향한 선수단의 믿음 등을 고려해 투입을 결정했다"며 "만약 전형수가 평소 소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면 오늘 경기에도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시즌 내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폼을 유지했고 매 경기에 대한 포인트를 꿰차고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형수가 터뜨린 3점슛 하나가 사실 승패를 좌지우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슛으로 인해 분위기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며 "망설임 없이 슛을 쏘았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호빈이의 부상이 심한 만큼 남은 경기에서도 전형수를 더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나이와 공백기를 잊은 신 스틸러 전형수의 깜짝 활약에 오리온스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그가 보여 줄 또 다른 '명연기'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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