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혼식 참석 49인 제한, 신랑신부·예식장 둘다 '망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결혼식장 친족 49명만 허용
예비 신랑신부 '부글부글'…청와대 국민청원도
경기도 소비자정보센터, 예식장 소비자분쟁 자율조정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사람이 바글바글한 백화점은 두고 왜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만 잡는거죠?"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주말을 하루 앞둔 16일 예비 신랑신부 사이에 불만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4단계에서는 토·일요일인 17, 18일에는 물론 평일에도 결혼식에는 신랑신부와 혼주를 제외한 친족 49인 만 참석할 수 있다.  혼주와 신랑신부, 사회자, 주례 등은 사적 관계 여부에 상관없이 이용인원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회원 54만여명에 달하는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예식장과 보증인원으로 얘기 나누다가 답답하고 억울함에 속이 터져버리겠다", "왜 피해는 모두 신랑신부만 봐야 하나? 정부에서 인원을 49인으로 제한한 마당에 보증인원 '일부감면'이 말이 되나?", "콘서트는 5000명, 결혼식은 49명 말이 되나요? 결혼식을 미루자니 위약금이 든다. 언제 또 날을 잡겠나"···.

명확한 세부 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케이스도 허다하다. "4단계 돌입에 다들 예식 강행하나요?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걱정되고 미뤄야 하나 고민된다", "웨딩홀에서 주례와 목사는 가능, 지인은 불가라는데 이해가 가나요?"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 8일부터 15일 오후 5시 사이에 9개 청원글이 올라왔다.

"결혼이 죄입니까? 민심을 얻고 싶으면 예비부부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청원인원 1070명), "결혼식 새로운 거리두기 세부조항 보완이 필요합니다"(청원인원 4925명), "예비부부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결혼식장 거리두기 완화해주세요"(청원인원 4716명), "결혼식 취소 위약금 1000만원, 49인 미만 참석에도 몇백 명 식대 지불해야 하는 신랑신부의 피해를 최소화해주세요"(청원인원 1046명) 등 결혼식을 막다시피한 방역수칙에 분통을 터뜨리는 의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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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원인은 "결혼식장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결혼식만 쥐어짜지 못해 안달인 건가요?"라며 "결혼식은 일생일대 한번뿐인 행사인데 불확실성을 안고 준비하느라 많은 예비부부가 힘들어한다"고 호소했다.

또 "더 화가 나는 것은 형평성이다. 주말마다 백화점과 마트에 수백~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는 것은 문제가 없고 결혼식에 몇백 명 모이는 것은 왜 문제인가?"라고 따졌다. "식사인원 보증 계약에는 250~300명의 식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하객 제한은 50명 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미쳐버릴 것 같다"고도 했다.

 예비신랑 A(33)씨는 고심 끝에 18일 결혼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가을이나 내년으로 미루기가 여의치 않고 그때가 되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49명 친족만 참석이 가능하고, 친족 이름과 관계 등을 문서화해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49명에서 신랑신부 양가 하객으로 나누고, 외가·친가 나누면 사실 친족도 몇명 못 온다. 더군다나 친족이 없는 경우는 텅빈 결혼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결혼식장만 탓할 일도 아니다.

수원의 모 예식장 총괄본부장 B(63)씨는 "당장 이번 주말만 해도 지난해 가을과 올봄에서 미룬 예식이 9건 있었는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했다. 위약금 없이 해주다 보니 우리도 곧 망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4단계 조치는 사실상 예식장 폐쇄와 마찬가지다. 신랑신부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점검하러 온 공무원한테 치이고, 신랑신부한테 치이고 우리도 미치겠다. 예식장에서 집단감염이 나온 것도 아닌데 예식장만 때려대니 살 수가 없다. 아침에 승객이 가득찬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이건 뭐지라는 느낌도 든다"는 토로다.

 예식장 관련 분쟁조정 신청도 잇따른다.

경기도 소비자정보센터는 거리두기가 4단계 격상에 따른 예식장 계약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을 위한 '도민 예식장 소비자분쟁 자율조정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예식장 관련 상담은 12건, 4단계 적용이 발표된 9일에는 하루 만에 상담이 29건으로 늘었다.

소비자정보센터는 계약 당사자인 도민과 예식장을 대상으로 결혼식 진행이 어려운 경우 계약금 반환 절차, 위약금 관련 다툼, 보증인원 조율 등을 자율 조정 중이다. 관련 규정이나 법 테두리 안에서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합의를 유도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자마자 신랑신부의 상담 문의가 늘었다. 소비자정보센터에서는 예식 관련 분쟁이 원활히 해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혹시 조정이 필요한 도민은 ggconsumer@gg.go.kr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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