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중견 면세점에 이어 대기업 면세점도 시내 면세점 사업에서 백기를 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 급감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과 트래블 버블(안전 여행 권역) 시행에 따른 기대감도 꺾였다. 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매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15일 홈페이지에 "7월17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2018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 센트럴시티에서 1만3570㎡(약 3900평), 5개 층 규모로 영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오픈 당시에는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상품 기획으로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남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유례 없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15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개별 관광객 유치에 용이한 입지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안 나왔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체질 개선을 하고, 고정비를 줄이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점의 영업 중단으로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 면세점은 명동점과 부산점 두 곳으로 줄었다. 앞서 부산점은 지난 3월 매장 규모를 축소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앞서 중견 면세점은 대기업보다 먼저 손을 뗐다. 하나투어 자회사 에스엠면세점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시내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반납했다. 이어 경복궁면세점(구 엔타스)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점과 시내점 철수를 선언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15조5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지난해 면세점 방문객은 166만9000명으로 전년도의 22%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해외 여행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와 하반기 트래블 버블 시행으로 면세점 업계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 관광객의 규모가 2023년께 이으러야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면세점들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시내 면세점을 찾는 보따리상(代工·따이궁) 수요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업계 간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의 70%까지 회복됐지만 보따리상 매출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되는 구조"라며 "2분기에도 1분기 수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3분기에는 또다시 다이궁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 지금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트래블 버블이 시행되고 풀릴 것처럼 기대했지만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무착륙 비행을 통해 내국인들의 면세품 구매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면세 한도를 현재 600달러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면세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