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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청소노동자 동료들의 증언…"근무환경 나빠졌다"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7명중 6명 "팀장 바뀌고 스트레스 심해져" 체크
'갑질 반박' 말로는 안 돼, 해명 수준 조사 필요

 

[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들이 '갑질'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숨진 노동자의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구동성으로 "팀장이 바뀐 후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는 점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학교 측이 갑질 의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뉴시스가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사망한 이후 동료 청소노동자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살펴본 결과, 이들 대부분은 지난달 1일 안전관리팀장이 바뀐 후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진술서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A씨처럼 서울대 기숙사 청소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이달 1일 받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진술서 7-2번 문항 '팀장 변경 후 근무환경 변화로 인한 업무상 부담 정도는 어땠냐'고 묻는 객관식 문항에 7명 중 6명은 '아주 나빠졌고,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항목에 체크했다. 나머지 1명도 '나빠졌다'에 체크했다.

 

이 질문의 답변 항목은 ▲변경 전보다 편해졌다 ▲별 변화 없다 ▲나빠졌다 ▲아주 나빠졌고,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로 4개였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이들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안전관리팀장이 바뀐 후 업무 강도가 세졌고, 새 팀장이 매주 수요일 '미화 회의'를 열어 시험을 보게 하고 복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팀장이 미화 회의 때 복장 불량이나 수첩·필기구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감점을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화 회의 때 기관 설립 연도 등을 묻는 문제가 나왔고, 여기에 답변하지 못해 모욕감이나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복장 지적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청소노동자 B씨는 '최근 1개월간 새로 생긴 관악학생생활관 근무 시 애로사항은?'이라는 주관식 질문에 "휴식시간을 편히 쉴 수 없었다. 잠깐 쉬면서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해당 질문(애로사항)에 '점심 식사'나 '휴식'이라고 답한 노동자는 B씨 말고도 3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 일부 관계자들은 A씨와 관련한 갑질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대 관계자 C씨는 지난 1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과로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사실과 틀린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을 받는 안전관리팀장이 사비로 청소노동자들에게 삼계탕을 사주며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도 이 사건을 두고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역겹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일자 "역겹다는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A씨와 관련한 팀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 학교 인권센터를 통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학교와 A씨 유족·노조 측 입장이 엇갈리며 진실공방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더 객관적인 조사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노조 측은 서울대에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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