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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붕괴 참사' 허가·감독 책임 공무원 수사 본격화

시·구청 압수수색 이어 관계 공무원 2명 '참고인' 소환 조사
철거 허가·감독 책임·'사고 우려' 민원 소홀 등 집중 조사 중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 검토…"입건 단계 아니다"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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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행정당국의 허가·관리·감독 부실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관할 자치구인 동구청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무 공무원 등을 차례로 불러 직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입건 여부를 저울질 한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참사의 직접 원인이 된 철거 공정을 허가한 동구청 관계 공무원 2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허가 절차부터 관리·감독 절차를 살펴야 할 주무부서 간부 공무원 2명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광주시청, 동구청 민원실·건축과 등지에서 허가·감리 지정 관련 서류와 민원 처리 내역 등을 확보, 분석한 데 따른 후속 수사 절차다.

경찰은 행정 관리·감독 책임 수사와 관련해 ▲감리 지정 등 철거 허가 과정 상 의혹 ▲허가 이후 관리·감독 부실 ▲'안전사고' 우려 민원 묵살 또는 소극 처리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용역 계약을 맺은 한솔은 '정비구역 내 650-2번지 외 3필지(옛 한의원) 등 11개 건축물을 6월30일까지 해체하겠다'며 동구에 허가를 신청했다.

동구는 이 같은 해체 계획을 지난달 25일 허가하면서 감리자를 지정했고, 업체는 지난 7일부터 철거에 착수했다.

그러나 불법 재하도급을 통해 공정을 맡은 지역 신생업체 백솔이 계획서 상 설비·작업 절차 등을 모두 무시한 채 철거를 하다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애당초 동구가 부실한 철거 계획서를 토대로 허가를 내줬고, 감리 지정 절차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철거계획서 작성·검토·최종 확인이 3단계로 이뤄진 만큼, 감리 지정 절차에 공무원 결탁 여부도 살핀다.

특히 계획서에 감리 자격 인증이 첨부된 시점, 서류 검토 절차, 철거 허가 과정상 적정 여부 등을 두루 조사할 방침이다.

조례상 감리 선정 방식이 무작위 추출로 한정돼 있으나 동구는 순번제 형식으로 감리 업체를 선정한 점도 불공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허가 이후 관리·감독 적정 여부도 쟁점이다.

동구는 불법 하청사 존재, 부실한 안전 설비 설치, 작업절차 무시 철거 공정 등을 참사 이전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소음·먼지 발생 민원 등에 대해선 4차례나 현장에 나가 둘러봤으면서, 현장 안전 점검은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또 시공사의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 만으로 철거 현장과 인접한 시내버스 정류장 이설 문제에서 손을 놓았다. 권고 등 행정 지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 차례 제기된 '안전 사고 우려' 민원에 대해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의혹도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붕괴 두 달 전엔 같은 구역에서 철거 중인 건물(옛 축협)의 사고 위험성을 제기하는 공익 제보가 있었고, 한 달 전에도 안전 위협 민원이 잇따랐다. 하지만 동구는 구두 통보, 공문 발송 조치만 했다.

경찰은 관계 공무원들이 관련 직무를 태만히 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다만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는 충분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분석한 자료 일체를 토대로 관계공무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방침이다"며 "형사 입건 여부 등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충분히 검토하겠으나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동구 관계자는 "불법 재하도급 의혹과 부실 철거 공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 철거 허가와 함께 감리가 지정된 이후엔 감리가 현장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한 54번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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