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감원, 내부갈등 폭발...윤석헌 연임도 '흔들'

금감원 노조 "사퇴하라" 연일 비판
승진·인사 문제로 내부 불만 쏟아져
피감기관·금융위 등과 수시로 갈등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금융감독원이 인사 문제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상 처음 연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윤석헌 금감원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 정기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지난달 2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금감원 노조)의 '정의란 무엇인가?' 소식지를 시작으로 가시화됐다.

금감원 노조가 채용 비리 연루 직원 승진 문제를 앞세웠지만 내부에 쌓인 인사 불만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인사 적체, 특정 인사 요직 독식, 밀실 인사 등이다.

금감원 노조는 "금감원을 적폐집단으로 전락시켰던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승진했다"며 "그동안 암묵적으로 공채와 경력의 승진·승급비율(7대 3)과 공채 기수별 안분으로 소외받은 직원을 배려했는데, 이번 인사는 고과 위주의 승자 독식 인사"라고 주장했다.

윤 원장이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인사 관련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부국장으로 승진한 A씨의 경우 핵심부서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업계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2~3년마다 보직을 순환시키는 금감원에서 이례적인 인사라고 보고 있다.

이후 지난달 25일 금감원 정문 앞 항의집회 등 성명을 거듭하면서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윤 원장의 연임만큼은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금감원 노조는 전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5일까지 윤 원장이 거취를 밝히지 않고 버티면 무사히 퇴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까지 한 상태다.

금감원 노조는 "금감원에서는 국장은 물론 임원도 함부로 윤 원장에게 고언은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고 '3김 시대'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회자되고 있다. 윤 원장이 자신의 뜻을 잘 따르는 3명의 김씨 임원 이야기만 듣는 비난"이라며 "이번 인사도 원장과 3김 작품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이번 기회에 금감원장이 교체되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윤 원장은 특유의 강성 기조를 이어가며 매번 피감기관인 금융사들과 최고경영자(CEO) 중징계 등으로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이견도 수시로 표출됐다. 금융위와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이 많고 예산을 편성 받아야 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금융위와 조율할 부분도 상당수인데, 윤 원장이 개의치 않고 소신 행보를 이어온 것이다.

취임 직후 키코(KIKO) 재조사,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 특별사법경찰 출범 등 중요 사안을 두고 금융위와 번번이 갈등 상황을 연출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금감원 독립론'에 다시금 불을 지펴 금감원의 독립을 사실상 반대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금융사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 문제를 두고도 금융위와 입장차를 보였다. 윤 원장은 금융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고,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이 멈추고 승진이 제한된 사회에서는 공정이 화두인데 윤 원장이 그걸 못 읽은 게 아닌가 싶다"며 "정무직은 책임지는 자리인데 인사 문제나 사모펀드 수습이나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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