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재직시절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이 담긴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가 12일 국회를 찾아 '무라야마 담화' 속 평화 정신이 담긴 강연을 펼쳤다.
특히 그는 "무라야마 담화를 부인한다면 각료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우경화 행보에 일침을 가해 우리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한 한일관계 정립'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국민적 합의를 얻은 것이다. 아베 총리가 어떻게 말하든 이 담화는 총리로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는 게 역사의 역할이기에 그런 면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꼭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서 전쟁을 포기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제 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헌법이 있었기에 일본 자위대는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게 일본으로서도 좋은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고노 담화'를 언급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표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었던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사죄하며 발표한 담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고노 담화를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희가 저지른 것이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부끄럽다"며 "국민 대다수도 왜 이런 이상한 말을 하느냐고 한다. 국민 전체적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말 우리가 나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초청으로 전날 방한한 그는 입국 직후 정의당 의원단과 간담회를 가진 뒤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마지막 날인 오는 13일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오후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면담할 예정이다.